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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현대중공업그룹 백년대계 뼈대는 수소, 정기선 밑그림 주목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2-04-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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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현대중공업그룹이 30여 년의 전문경영인체제 끝내고 오너경영인체제로 전환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2022년부터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정기선체제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글로벌 1위 조선기업으로서 위상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정 사장은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를 놓고 조선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정 사장은 2022년 초 CES2022에서 “지난 50년 세계 1위 ‘십빌더(Shipbuilder, 조선사)’로 성장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로 거듭날 것이다”라며 자율운항 친환경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친환경 기술의 핵심이란 결국 수소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조선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친환경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국내 조선3사가 근래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것도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LNG선박을 건조하는 기술력 덕분이다.

하지만 LNG는 친환경 추세에서 과도기적 연료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석탄이나 석유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되는 LNG운반선, LNG추진선 등 이른바 친환경선박들도 탄소 배출 제로인 수소 선박에 자리를 내줘야 하며 그 교체수요는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로 전환은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매우 큰 기회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그룹과 국내 조선사들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조선기업들보다 한 발 앞선 위치에서 경쟁을 해왔지만 수소시대에서는 모두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은 다른 조선업체들보다 수소시대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수소 가치사슬을 그룹에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현대중공업그룹에는 조선을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뿐 아니라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비조선 계열사들을 보유했다. 계열사 역량을 토대로 수소의 생산부터 운반, 활용에 걸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가령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블루 수소를 만들고 건설기계장비 기업인 현대일렉트릭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그린 수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조선 등 조선사들은 수소선박을 통해 수소를 운반할 수 있다. 이미 현대일렉트릭은 수소연료발전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범현대가의 일원으로 국내 수소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연합전선을 형성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정 사장의 사촌 형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수소를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협력은 범현대가 3세 오너들의 대표적 협력 사례로 꼽힌다.

수소산업 안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얽혀있는 만큼 기업간 협력은 수소시대를 앞당기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수소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확실시된다.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를 알 수 없고 또 현재의 화석연료 기반 시스템을 수소 방식으로 전환되려면 기술개발에서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된다.

그렇다 보니 수소로의 전환이 먼 훗날의 일로 여겨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경영인체제 전환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미래 먹거리와 같은 장기적 과제를 챙기려면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경영인체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조선3사는 자신들의 역량을 넘어선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해 곤경에 빠진 적이 있다. 선박 분야에서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지만 해양플랜트분야의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따낸 해양플랜트 물량은 결국 골칫거리가 돼 돌아왔다. 건조지연, 인도지연 문제를 겪으며 큰 손실을 입은 것이다.

해양플랜트사업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단기 성과에 급급했던 경영진의 오판이 꼽히기도 한다. 임기 1~2년의 경영진들이 장기적 안목보다는 바로 눈에 보이는 일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소라는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깨고 오너경영을 선택한 이유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오너3세 경영인이다. 일부 재벌3세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과 비교해 정 사장은 동아일보 인턴기자, 육군 장교 복무 등을 통해 긍정적 평가를 쌓아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마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경영능력을 다져 그룹 내외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재계순위 8위의 거대기업집단의 수장으로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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