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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깔끔하게', LG그룹의 오너일가 일감몰아주기 논란 대응법

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 2022-04-12 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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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주요 대기업들은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칼날을 피하는데 고심이 크다.

새로 시행되는 법에 LG그룹은 논란이 불거진 계열사의 지분을 과감히 매각하는 ‘정공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일부 대기업이 계열사를 흡수합병하거나 물적분할하는 등의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받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여겨진다.
 
'미리 깔끔하게', LG그룹의 오너일가 일감몰아주기 논란 대응법
▲ 서울 여의도 LG사옥.

12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 각자대표이사 겸 LG그룹 회장이 사실상 올해부터 강화되는 새 공정거래법에 앞서 대기업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의 고모이자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훤미씨, 차녀인 구미정씨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지수INC 지분 50%씩을 2021년 8월 건물관리업체인 두잉씨앤에스에 전량 처분한 것이 그 사례다.

구훤미·구미정 자매가 지배하던 청소용역업체 지수INC는 LG그룹 본사인 LG트윈타워의 청소용역계약을 수행했다.

2009년 9월 설립된 지수INC는 2010년 매출 510억 원에서 2020년 매출 1369억 원으로 10년 동안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하며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다.

이에 LG는 2020년 12월31일부로 지수INC와 LG트윈타워 청소용역계약을 종료한 데 이어 구훤미·구미정 자매도 지수INC 지분 전량을 처분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규모가 5조 원이 넘는 대기업 오너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 그 계열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 가운데 계열사 매출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가 넘거나 정상가격과 거래가격이 7% 이상 차이가 나는 자회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집중시켜 계열사 매출을 늘리는 방식이 사실상 편법 증여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가 인정되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 1인이 본인, 자녀,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얻는 간접적 이익에 관해 증여세와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이 부과되고 횡령, 배임 등으로 형사고발될 수도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이러한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너일가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되는 물류, 시스템통합, 건설 계열사의 지분을 적극 매각해 왔다. 이들 기업들은 이전까지 모두 LG그룹 내부 거래비중이 높았다.

구 회장은 물류계열사 판토스(현 LX판토스)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2018년 10월 구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9.9% 전량을 매각했다.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수준이 아니지만 논란의 소지가 지속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구 회장은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LGCNS 지분도 매각했다.

LGCNS는 당시 LG그룹내 IT시스템의 구축 및 유지·보수, 솔루션 등을 개발하며 ‘알짜회사’로 평가받았다. 그럼에도 구 회장은 2019년 11월 사모펀드 맥쿼리PE(현 맥쿼리자산운용)에 과감하게 지주사 LG가 보유한 LGCNS 지분을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주사 LG는 LGCNS 지분 84.9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LGCNS 지분 35%를 팔고 49.95%를 남겨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LG가 지분을 매각하기 전인 2019년 LGCNS는 매출 3조2833억 원, 영업이익 2128억 원을 올렸다. 2021년에는 매출 4조1431억 원, 영업이익 3286억 원으로 2년 동안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54.4%나 증가했다.

구 회장(특수관계인 포함)이 지분 41.7%를 가진 LG는 계열사 배당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데 비상장사 LGCNS의 실적이 좋은 데도 지분을 과감히 줄인 셈이다.

2021년 12월에는 LG그룹 건설계열사 S&I코퍼레이션가 보유한 건설자회사 S&I건설과 건물관리자회사 S&I엣스퍼트 지분을 매각했다.

S&I코퍼레이션은 들고 있는 S&I건설 지분 60%를 지에프에스에, S&I엣스퍼트 지분 60%는 신코페이션홀딩스에 각각 팔았다.

LG그룹 오너일가가 S&I코퍼레이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건물관리 등에서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데다 지주사 LG가 S&I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은 내부적으로 일감몰아주기 등 외부에 오해가 불거지면 가능한 빨리 깔끔하게 정리한다는 방침을 정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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