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확보하기까지 최장 18개월에 이르는 대기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장비 공급차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반도체기업들의 시설 투자가 늦춰지고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PC와 스마트폰 등 제조사들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니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반도체 장비 수급난을 겪으면서 생산라인 증설 등 시설투자 계획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네덜란드 ASML에 이어 어플라이드머티리얼과 KLA, 램리서치 등 여러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부품 공급망 차질과 인력난을 겪으면서 장비를 원활하게 생산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장비업체는 지금 주문을 받은 반도체장비를 공급하기까지 18개월이 필요할 정도로 생산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반도체업계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니케이아시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TSMC와 삼성전자 등은 이미 해외 장비업체에 고위 임원을 파견해 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주문을 받아 실제로 공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코로나19 이전까지 평균 3~4개월 수준에 그쳤는데 지난해는 10~12개월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사상 최악의 공급난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반도체 장비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장비업체와 반도체기업들이 모두 사업 계획과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TSMC는 이미 장비 확보 차질을 반영해 미국과 대만, 일본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연기할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이 이미 인력 확보 등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데다 반도체 장비를 제 때 들이기도 어려워지면서 목표한 시점에 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미국에 새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내놓은 만큼 이런 상황에서 예외가 아니다.
ASML과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등 장비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삼성전자에도 대량의 장비를 공급하는 주요 협력업체다.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는 물론 한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과 메모리반도체 증설 및 전환투자 계획도 반도체장비 공급 차질에 따른 직격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기업들의 투자 지연은 결국 급격하게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 못해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를 이끄는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SML 관계자는 니케이아시아를 통해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최근까지 반도체 공급 부족에 가장 타격을 받았던 자동차는 물론 PC와 서버, 스마트폰 등 반도체를 활용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생산 차질이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품 공급망 관리에 가장 장점을 갖추고 있던 애플마저 반도체 공급 부족에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앞으로 세계 제조업 경기 악화와 물가 상승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반도체 등 부품 공급 차질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제조기업들도 생산 감소에 따른 실적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가격을 높일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IT기기 제조업 등을 모두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여러 사업에서 반도체장비 부족에 따른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니케이아시아는 “여러 관계자들은 자동차업계에서 나타났던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이 반도체와 IT업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공급망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