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한 후보자가 받은 고액의 고문료를 놓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면서 윤석열 당선인 측은 자세를 낮추고 여론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정부 장관·총리 인선 때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요청해왔던 대로 청문회가 국민 보기에 피로하거나 발목잡기 양상으로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김은혜 전 대변인도 고액 고문료와 관련해 “일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부정적 여론을 인정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다만 김 전 대변인은 “한 후보자가 역량과 지혜로 국정을 끌고 가 현재 난국을 타개할 수 있어 국민 여러분께 실질적 보탬이 될 총리 적임자라고 판단해 내정했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공직에서 내려온 뒤 2017년 12월부터 총리 후보자 지명 직전까지 4년4개월 동안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이 기간 고문료로 18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예우에 따른 고위공직자의 고액보수 논란이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검사 퇴직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16개월 동안 16억 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알려지며 인사청문회 때 곤혹을 치렀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고액보수로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 개업 이후 5개월 동안 16억 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 역시 로펌에서 7개월 동안 7억 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단기간에 거액을 받은 이들과 달리 한 후보자는 4년여에 걸쳐 받은 금액이기 때문에 다소 해명의 여지가 있다. 다만 총리 임명을 위해 국회 동의를 받아야하는데 민주당이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한 후보자가 전날 발언한 ‘최저임금 신중론’이 더해져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로펌에서 거액의 보수를 받은 사람이 최저임금 인상에는 부정적 시각을 나타낸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5일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손해를 보는 게임이 된다”며 정부의 최저임금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의 거액 고문료와 최저임금 발언을 엮어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한 푼도 안 쓰고 78년4개월 동안 모아야 하는 돈이다”며 “한 사람이 인생을 다 쏟아 부어야 되는 이 엄청난 돈을 받아놓고 그게 업계 관행이었다고 얘기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법률가도 아닌 전직 고위 관료가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국민은 의아해한다”며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월 3500만 원이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도덕과 양심의 기준에 맞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론스타 관련 의혹 역시 한 후보자에게 부담이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 재직한 시기와 과거 론스타 사건 발생 시기가 겹치는 것을 근거로 그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은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존재한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6일 론스타 사건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한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에 뇌물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1일에도 인수위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은폐한 책임자다”라고 주장하며 한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진정서를 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가 참여정부 출신인 점과 론스타 사건이 참여정부 때인 2003년 이뤄졌다는 점 등을 들어 민주당의 공세수위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배 대변인은 이날 한 후보자를 두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고 검증을 통해 역할을 해왔던 분이다”며 “나머지 부분은 한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해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