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계열사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2021년 초반만 해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현대차 주가는 첫 30만 원 고지 돌파를 앞두고 있었다. 기아 역시 한 때 처음으로 10만 원선을 넘기도 했다.
그 뒤 두 회사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최근에는 러시아 제재 악재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까지 더해져 52주 신저가에 한 때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성적표는 좋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기록을 새로 썼다. 기아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특히 세계 주요 자동차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4위)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도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통상 주가는 시차를 두고 기업가치를 반영한다. 지난해 초 좋은 주가는 지난해 전체의 좋은 성적을 향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성적은 어떻게 될까.
현대차그룹은 1분기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한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도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를 잘 팔았다. 유럽 주요 14개 국가 전기차 판매량을 집계하는 'EU-EVs'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판매순위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 전체 유럽 판매 가운데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선에 육박했다.
미국에서도 3월 전기차 판매가 1년 전보다 400% 넘게 늘어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하반기에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 세계 자동차 수요도 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올해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미래'로 꼽히는 전기차 경쟁력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전기차는 아직 성장 초기단계에 있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시장에 맞춰 현지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인 미국의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최근 열었다. 이 공장은 테슬라의 유럽 내 첫 생산기지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브랜드인 폴크스바겐도 최근 독일 볼프스부르크 지역에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도 츠비카우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12억 유로(1조6천억 원)을 투입한다. 제너럴모터스(GM)도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에 22억 달러(2조6800억 원)를 들여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플랫폼 전기차를 국내에서만 생산한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생산을 검토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 반제품을 일부 조립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껏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판매와 차종을 언제까지 얼마나 늘리고,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계획까진 상세하게 내놨다. 반면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비해 전기차 생산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늘리겠다는 계획은 발표하지 못했다.
내연기관차의 종언을 예고한 자동차산업의 현재 분위기로 볼 때 현대차와 기아의 미래 기업가치는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 계획과 이의 충실한 실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현대차 그룹 주요 경영자의 입에서 언제 해외생산 계획에 관한 말이 나올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