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공항 이용객이 회복세에도 마음이 편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에 따라 항공여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건당국이 국제 항공노선 확대에 여전히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4월 첫 주말인 1~3일 사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6만1214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말인 3월25~27일 이용객과 비교하면 25.1% 증가한 수치다.
1일부터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2020년 3월9일 이후 25개월 만에 2만 명을 넘었고 3일까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됐다.
정부가 3월21일부터 입국자 자가격리를 면제하면서 억눌려온 해외방문 수요가 분출돼 공항 이용객 수가 비교적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이용객 수의 신속한 회복으로 하루라도 빨리 인천국제공항 운영이 정상화되는 일이 절실하다.
김 사장은 코로나19가 확산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상경영에 들어선 뒤인 지난해 2월 취임해 현재까지 자신의 경영구상을 제대로 펼쳐볼 기회조차 없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0년에 3607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례 없는 경영위기다.
김 사장은 지난 3월21일 입국자 격리 면제를 놓고 “이번 입국자 격리 면제 시행으로 침체된 항공 수요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여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방역, 서비스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기까지는 갈 길이 여전히 멀다.
코로나19 이전 인천국제공항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0만 명대로 4월 첫 주말 이용객 수와 비교하면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이용객 수 전망을 놓고 올해 12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482만 명까지 늘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의 80% 수준으로 회복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 항공노선 운항이 얼마나 빨리 재개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국제 항공노선의 회복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항공권 공급이 여객 수요의 회복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항공권 공급 부족으로 기존에는 70만 원대였던 인천-하와이 왕복 항공권이 올해 4월 출발 기준으로 140만 원을 웃돌고 있다.
국제 항공노선의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방역당국에서 입국자에 대한 격리면제와는 별개로 여전히 국제 항공노선의 확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의 슬롯은 시간당 10편으로 제한돼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40편 정도였다.
슬롯이 한정적으로 운용되면서 올해 3월 국제 항공노선의 정기편 운항 편수는 주당 406편 정도에 그쳤다. 2019년 주당 4779편과 비교하면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슬롯(Slot)은 공항에서 시간당 이용 가능한 비행기의 이착륙 횟수로 국토교통부가 배정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공항운영 공사가 집행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항공노선은 방역당국의 주요 방역관리 대상이 됐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토부, 외교부 등 관계자가 참석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평가회의를 거친 뒤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나온다.
이전에는 항공노선 관리와 관계가 없었던 다수 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다 보니 국제 항공노선 확대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으로 국제 항공노선은 코로나19 이전의 50% 수준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항공 슬롯이 현재 방역 당국의 주요 관리대상인 만큼 제 목소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국제선 복원 관련 사항은 관계기관과 논의 중인 단계”라며 “구체적 사안이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자료를 내놨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