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업체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배터리 공급사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이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배터리 원가 상승이 결국 주요 완성차기업들의 전기차 중심 사업전략 위축으로 이어져 전기차시장 전체의 성장 둔화를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지시각으로 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급등한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자동차기업들의 전기차사업 계획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러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의 점진적 하락을 기대하고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해 나가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놓은 반면 최근 상황은 이런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파라시스에너지 집계에 따르면 60KWh 용량 전기차배터리 1개에 쓰이는 니켈과 리튬, 코발트 단가는 1년 전 1395달러에서 현재 7400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배터리가 전기차 생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원재료 가격 상승은 배터리 공급사와 자동차기업에 모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는 전기차 관련된 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며 “수지타산이 맞을 지 불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기업은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전기차 분야의 반사이익 등을 고려해 여전히 전기차사업에 긍정적 전망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완성차기업들이 결국 배터리 가격 상승을 전기차 판매가격에 계속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기아 등 일부 완성차기업은 이미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최근 몇 주 동안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불안한 전망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른 시일에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빠르게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전기차시장의 성장 자체를 낙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업체들을 사례로 제시했다.
SK온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 결국 배터리업체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도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전기차 및 배터리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배터리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면 배터리업체들이 최근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증설 투자도 재검토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완성차기업과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활발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결국 관건은 가격 인상의 부담을 누가 떠안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완성차기업들이 배터리 가격 부담을 더 크게 짊어지게 된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전기차 가격 상승을 이끌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터리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의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완성차기업들에 계속 배터리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기 쉽지 않다.
SK온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전기차산업은 탄소 배출 감축 흐름과 직결되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만 판단하기 어렵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이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 주요 원재료 공급 부족 사태가 불러온 가격 상승세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아직 시장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은 완성차기업들이 전기차에서 기대했던 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면 그동안 전기차사업과 관련해 보였던 태도 역시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