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4월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보내 산업은행을 흔들려고 하고 있다. 국민과 국가경제를 담보로 도박을 벌이려 한다.”
조윤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유세 기간에 지역 균형발전의 하나로 부산을 세계적 금융도시로 키우겠다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부산지역의 맞춤형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3월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부산으로 (산업은행) 본점을 이전시키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그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이날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로 나선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윤 당선인이 내세우는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윤석열 당선인은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국가 균형발전이 안 된다고 했다”며 “왜 당선인이 된 지금 산업은행을 부산에 꼭 보내겠다고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 이전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저절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익 훼손 및 금융산업 퇴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서울 국제금융허브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의 마이크를 넘겨받은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을 ’조직 이기주의‘로 규정짓는 시선에 대해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지방 이전이 싫어서 떼쓰는 것으로 몰아붙이고 지역 정서에 기대어 비난한다”며 “인수위는 지역 간, 성별 간 갈라치기 행태를 즉각 멈추고 앞으로 닥쳐올 경제와 산업의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한 방안 강구에 매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위원장들의 발언 이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은 대국민호소문을 함께 낭독했다.
이들은 대국민호소문에서 “산업은행 지방이전이 충분한 검토와 미래지향적 논의를 거쳐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얼렁뚱땅 추진되는 산업은행 이전이 금융산업의 미래를 망치는 악수나 실수가 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햇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 위원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에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서를 전달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유서를 전달받기로 한 인수위 관계자의 등장이 다소 늦어지자 기자회견 사회자는 참석자들에게 구호 재창을 요청했다.
"정치논리 산은이전 금융산업 다 죽는다. 공익훼손 경쟁력 저하 산은이전 반대한다. 지방이전 저지투쟁!"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 20여 명의 목소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주변에 울려퍼졌지만 인근을 걸어가던 시민들은 기자회견장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못한 것을 현장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이 4월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에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서를 전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반대를 꾸준히 외치며 충분한 검토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업무 비효율성 증가로 인한 고객기업의 피해 △정책지원 규모의 축소 △핵심인력 유출 △서울 국제금융중심지 정책 포기 △원활한 정책 공조 및 비상경제 대응 불가능 등의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산업은행 이전을 위해서는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산업은행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 더불어민주당에도 책임있는 행동을 주문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산업은행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국회 과반 의석을 넘게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관련 법의 개정이 힘들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대국민호소문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금융노조와 국제금융허브 서울 비전을 공유했다”며 “새 정부나 당선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금융 서울 중심에 반하는 금융 지역 분산에 분명히 맞서라”고 요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산업은행과 함께 지방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수협중앙회 등의 노조와 ‘지방이전 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대국민 설득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