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증권사 분석 등을 종합하면 세계 각국이 탈탄소와 친환경에너지로 전환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면서 삼성물산을 비롯한 국내 건설사들도 석탄, 가스 등 화력발전에서 벗어나 소형모듈원전, 수소 등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 사장도 소형모듈원전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새로운 먹거리사업으로 점찍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소형모듈원전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추가 투자를 진행하면서 협력 관계를 더욱 다지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최초로 소형모듈원전을 만든 기업으로 올해 상반기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추가 투자유치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현재 미국 아이다호에서 소형모듈원전 발전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1단계 작업인 건설부지 평가도 완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 프로젝트에서 반응로 설치와 제반시설 건설부분을 담당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미국 소형모듈원전 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에 지난해 2천만 달러에 이어 올해도 3천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면서 시장 선점에 힘을 싣고 있다”며 “삼성물산은 소형모듈원전 등 신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성장성도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뉴스케일파워가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는 데 따른 수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케일파워는 소형모듈원전 기업 최초로 미국 원자력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았다. 2021년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기업인 에네르고아톰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유럽 소형모듈원전 시장에도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주도한 원전업계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영국 원전시장 진출도 점쳐지고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 3월21일(현지시각) 열린 이 간담회에서 현재 영국 전력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2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석탄화력발전에서 친환경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에너지 공급 부족을 채우기 위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소형모듈원전을 포함한 원자력발전에 새롭게 대규모로 투자할 때라고 바라봤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뉴스케일파워가 최근 소형모듈원전 프로젝트에 착공도 하고 해외시장도 넓혀가고 있어 이와 연계한 사업 수주 등에 기대감이 있다”며 “앞으로 해외 원전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형모듈원전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소형원자로다.
기존 대형 원전보다 출력량이 적어 경제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주요 배관이 외부로 나와 있지 않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장에서 모듈 방식으로 제작한 뒤 필요한 곳에 설치할 수 있어 건설기간도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빌 게이츠가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소형모듈원전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대체 에너지원의 하나로 언급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오 사장은 앞서 2021년 7월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소형모듈원전은 차세대 친환경에너지 생산 수단으로 꼽히는 기술”이라며 “이번 지분투자와 업무협약은 삼성물산의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소형모듈원전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소형모듈원전 기술에 앞서있다는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도 아직 완전한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외 건설사들은 소형모듈원전 관련 건설, 플랜트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기업에 지분투자를 통해 시공권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3대 건설기업인 플루어는 대형원전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면서 소형모듈원전으로 눈을 돌려 뉴스케일파워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소형모듈원전 개발기업 홀텍과 업무협약을 통해 홀텍 개발 소형모듈원전의 독점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초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하는 USNC와 글로벌 시공권 독점 등을 포함한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0년 10월 탈석탄 방침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앞으로 석탄화력발전 관련 사업 투자와 시공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친환경에너지사업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경영계획에서는 국내외에서 주택과 복합발전소, 각종 인프라 건설 등 핵심 사업분야 외 소형모듈원전, 에너지솔루션,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원자력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시공 경험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울진 원자력발전소 5·6호기, 신월성 1·2호기 사업을 수행했다.
2015년에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사업을 수주했고 한국전력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바라카지역에 초대형 원자력발전단지를 짓는 사업도 수행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