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배터리 핵심 소재를 안보에 중요한 전략물자로 판단해 안정적 수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가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진출을 확대하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도 수혜를 노릴 수 있다.
블룸버그는 1일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생산과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주요 소재의 자급체제 구축을 뼈대로 한 법안 발동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그래파이트 등 배터리를 생산할 때 쓰이는 주요 금속 원재료가 이번 법안에 포함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탄소 배출량의 절반 정도가 교통과 전력발전 분야에서 발생하는 만큼 배터리와 관련된 산업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법안 도입 움직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국가에서 수출하던 배터리 소재 공급이 줄어든 데 따라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재 상태에선 친환경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고 글로벌 전기차시장 및 에너지시장 패권 경쟁에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3월31일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을 통해 미국 내 핵심 소재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 등 국가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물자생산법은 과거 한국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정부에서 철강 생산을 위해 발동된 적이 있고 트럼프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마스크 생산 확대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배터리 소재 확보 문제를 이와 유사하게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이를 통해 배터리 소재 자급체제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운영한다면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등 최근 미국에 잇따라 전기차 배터리공장 신설 및 증설투자 계획을 내놓은 한국 배터리업체들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공장. |
배터리 소재 확보는 최근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역 보호주의 강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배터리 소재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물류난까지 겹쳐 소재 확보 여부가 생산에 최대 변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테슬라에 이어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 등 미국 내 전기차기업들이 배터리 수급 차질을 이유로 생산 계획을 늦추거나 전기차 판매가격을 높이는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전기차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미국이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거나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에 차질을 겪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미국에 공장을 보유한 배터리업체들이 바이든 정부의 법안에 수혜를 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고 미국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산업 전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의 법안 추진을 두고 증권가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배터리 소재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조는 계속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수시장에서 배터리 생산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 내 배터리공장 설립 확대를 유도해야만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나 보조금 지원을 확대한다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업체들도 지원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전기차업계에서 이처럼 배터리와 소재, 전기차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갖춰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대용량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국가 안보와 발전에 핵심이고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