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한 전 총리는 에쓰오일의 사외이사를 맡기 전부터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활동한 만큼 탈탄소를 위한 수소산업에도 관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31일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한 전 총리가 다시 한 번 총리에 오르게 되면 알 카타니 CEO가 추진하는 에쓰오일의 수소 분야 사업다각화 작업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국제유가의 변동성에 따라 좌우되는 실적변동성을 줄이고 새로운 기후체제에 발맞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수소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알 카타니 CEO는 올해 에쓰오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탄소포집 활용 저장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안을 의결했다. 친환경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선 셈이다.
또한 에쓰오일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협력을 통해 에쓰오일의 수소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1월 아람코와 맺은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블루수소, 블루암모니아를 국내에 들여와 저장, 공급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나선다.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는 각각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기술을 적용해 만드는 수소, 암모니아를 말한다.
에쓰오일은 아람코뿐 아니라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물산과 손잡고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수소 도입, 유통 등 수소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모델 발굴에 착수한 바 있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 사업도 준비 중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3월 수소연료전지 벤처기업 에프씨아이 지분 20%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에프씨아이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작기업으로 현재 수소연료전지 종류 가운데 발전효율(60%)이 가장 높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관련 특허 4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알 카타니 CEO는 ‘에쓰오일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에쓰오일은 수소 등 신성장사업에 관한 투자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한 전 총리와 인연을 맺은 것도 새로운 탈탄소 흐름과 수소사업 확장에 힘줘 나가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전 총리는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이자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의 이사장을 맡으며 기후변화와 경영환경 흐름을 꿰뚫는 시각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한 전 총리는 2017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로운 기후체제에서 수소를 비롯한 신에너지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예견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와 경제전반에 식견을 두루 지닌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차기 정부에서 초대 총리를 맡게 되면 수소를 비롯한 탈탄소 산업 분야 육성정책에도 힘을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대선 후보시절부터 수소와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등 미래 핵심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자는 후보시절 공약집을 통해 "탈탄소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청정수조 생산기지 및 수소액화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절약시설 등 기후위기 대응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에쓰오일은 정유사업이 최근 유가 고공행진에 따라 탄력을 받고 있지만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사업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수소사업에 힘을 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공장 연료를 수소로 전환하는 등 대규모 수소 수요를 확보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소경제를 대비해 사업영역 다각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