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하이테크 건설관리사업(CM·PM) 확대에 나섰다.
한미글로벌은 2차전지와 반도체 등 하이테크산업 기업들의 해외공장 건설 움직임을 기회로 삼아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 하고 있다.
30일 한미글로벌은 SK그룹의 화학·소재기업인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가 발주한 폴란드 동박 공장의 건설사업관리 용역을 따냈다.
1996년 설립된 한미글로벌은 국내 첫 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이다.
건설사업관리는 기획, 설계, 시공뿐 아니라 시공 뒤 유지관리까지 건설과정의 모든 단계에 걸쳐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발주자를 도와 종합적 관리를 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SK넥실리스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200km 떨어진 스탈로바 볼라(Stalowa Wola) 인근에 위치한 E-모빌리티 산업단지에 2024년까지 사업비 9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연 5만 톤 규모의 동박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넥실리스는 2025년까지 연 25만 톤의 동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동박 생산능력이 2021년 5만2천 톤이었던 점에 비춰 2025년에 5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미글로벌은 이 사업의 계약관리, 공정관리, 품질관리, 원가관리, 시운전 등 프로젝트 관리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으로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2차전지 시설투자가 급증함에 따라 수요도 늘고 있다.
김 회장은 2차전지 고객사의 적극적 해외진출 흐름에 올라타 사업기회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대표기업들은 유럽에 2차전지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미국 완성차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올해 3월 폴란드 제슈프에 따로 법인도 설립했다. 이는 헝가리 현지 법인에 이어 두 번째이다. 동유럽시장 진출에 더해 서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영국 현지 자회사인 K2를 통해 올해 캐나다에서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는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아직까지 건설사업관리에 관한 사회적·제도적 인식이 부족하지만 고객사들이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한미글로벌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한미글로벌은 2000년 초반부터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해 다수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쌓았다”며 “해외 프로젝트는 건축, 구조, 소방, 인허가 등 현지상황의 특수성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2차전지뿐 아니라 반도체 등 다른 하이테크산업 관련 건설관리사업에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글로벌은 이미 2차전지, 반도체 등 하이테크분야에서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하다. 별도 기준으로 매출의 30%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철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미국 건축사업관리사들이 반도체 및 2차전지 관련 건설 및 관리 경험이 없다”며 “한미글로벌이 미국 건설관리사업업체에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한국 반도체 및 2차전지 업체와 직접계약을 통해 미국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에 추가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은 특히 부진한 기업을 인수해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한미글로벌에서 2011년 인수한 미국 자회사 오택(OTAK)이다. 인수 당시 오택은 2011년 매출 252억 원, 순손실 40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한미글로벌에 인수된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해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보지 않았다. 2021년에는 매출 759억 원, 순이익 37억 원을 내며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김 회장은 2017년 1월 오택을 통해 미국 공공건축분야 위주 건축사업관리를 하고 있는 '데이씨피엠(DAY CPM)'의 지분 100%를 인수했고 같은해 7월 토목구조 엔지니어링기업인 로리스 지분 100%를 사들였다.
또 올해 2월 미국 건설관리사업 전문기업 타르휘트먼그룹(TWG)도 인수했다.
미국에서 인프라 및 반도체, 하이테크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으로 인수합병을 마무리 지은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을 지난해 가결해 올해부터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1949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한라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4년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등을 계기로 1996년 한미글로벌을 만들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