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자회사 KT렌탈과 KT캐피탈을 팔기로 했다. 황 회장은 취임 때부터 통신사업 집중을 강조했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재편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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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KT렌탈과 KT캐피탈은 계열사 중에서도 수익이 많이 나는 ‘알짜’ 자회사인 점을 놓고 볼 때 황 회장은 통신사업 집중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부실 계열사도 정리하는 등 사업재편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27일 KT렌탈과 KT캐피탈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ICT 융합사업자로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 KT렌탈과 KT캐피탈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며 “조만간 자문사를 선정해 매각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KT렌탈과 KT캐피탈은 KT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계열사들이다.
KT렌탈은 렌터카시장 점유율 24.7%로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다. KT렌탈은 지난해 매출 8852억 원에 영업이익 970억 원을 올렸다. KT 전체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비중이다. KT렌탈이 인수합병(M&A)시장에 나올 경우 인수가격만 6천억 원대로 예상된다.
KT캐피탈은 지난해 매출 2202억 원, 영업이익 470억 원으로 KT렌탈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룹 내에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KT의 1분기 계열사간 차입금은 524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494억 원이 KT캐피탈이 다른 자회사에 빌려준 돈이다. 비율로 무려 94%를 차지한다.
두 자회사는 이석채 전 회장이 탈통신의 방향을 잡으면서 인수한 회사들이다. 황 회장은 이석채 전임 회장과 달리 통신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잡은 만큼 두 자회사를 정리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잘 나가는 회사지만 주력사업과 관계없는 자회사를 매각한 것은 황 회장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알짜 자회사를 매각하지 않았다가 그룹 전체 위기를 맞은 웅진그룹, STX그룹, 동양그룹, 동부그룹과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KT가 비통신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황 회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나왔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당시 “우리의 주력인 통신사업을 다시 일으켜 1등 KT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석채 전임 회장의 탈통신 전략에서 전면적 궤도수정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은 각종 인사를 통해 이석채 전임 회장 사람들을 정리하는 등 통신 중심 사업추진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황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기가토피아’ 청사진을 발표하며 KT를 기술중심 기업으로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래융합전략실과 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미래사업에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당시 "경쟁력이 부족한 계열사를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조정이 필요하다"며 "미래서비스 사업을 내다보고 그룹 내 계열사들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쪽으로 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번에 두 자회사 매각을 추진함으로써 통신 중심의 사업에 대한 강의 의지를 보이는 한편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미래사업에 투지하려 한다.
일부에서 황 회장이 알짜인 두 자회사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T의 1분기 차입금은 255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KT는 4월 1조 원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에 이어 26일 5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KT는 4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1조6천억 원 규모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