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됐다.
이창용 후보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커져가는 부채에 관해 경고성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31일로 임기를 끝내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장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론과 정책을 겸비한 거시경제·금융 전문가다.
이 후보자는 1960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할 때 최우수 성적으로 총장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조교수로 일하다 서울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경제학부 교수를 맡았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뒤 2011년부터 3년 동안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2014년부터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 고위직인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올라 일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이창용 후보자는 금융 전반에 관한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 감각을 겸비하고 있으며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하더라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가 최근 들어 늘어나는 부채를 조정하고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해 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3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새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와 물가상승 문제 등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올해 1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금리인상을 통해 힘이 들더라도 부채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유동성 파티는 당장 성장률을 높아 보이게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22일 이 후보자의 한국은행 총재 취임과 관련한 분석 보고서에서 “예상되는 정책은 최근 1년간의 한국은행 기조와 비교해 덜 매파적이다”며 “시장금리 변동성은 완화될 여지가 커질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후보가 당장 4월1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이 후보자의 지명과정에서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어 최종 임명까지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에 한국은행 총재가 새 정부와 손발을 맞춰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임명에 앞서 협의를 요청해왔다.
윤 당선인 측의 반발 등으로 국회 청문회 일정이 지연된다면 이 후보자의 취임이 늦어져 4월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총재 없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4월 의장을 맡게 되는 금융통화위원은 주상영 위원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인 한국은행 총재가 부재하면 금융통화위원들이 순번에 따라 의장을 대행한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