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자동차용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하며 엔비디아와 퀄컴, 인텔,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 주문을 대거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TSMC의 시장 지배력을 넘고 앞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잡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도 있다.
23일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 설계기업의 전체 파운드리 발주 물량 가운데 약 70%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NXP반도체와 인피니온,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르네사스 등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기업의 외부 생산 물량이 대부분 TSMC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7나노와 5나노 미세공정으로 생산되는 엔비디아, 퀄컴, 인텔, 테슬라 등 고객사의 자동차용 반도체는 90% 이상이 TSMC 파운드리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용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가 사실상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자율주행 시대에 급증하는 고객사들의 반도체 파운드리 주문을 예상보다 빠르게 끌어오고 있다”며 “위탁생산 물량 확대에 최대 수혜기업으로 자리잡았다”고 보도했다.
TSMC는 최근 고객사들의 주문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용 반도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 2곳을 중국 난징과 일본 구마모토에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난징공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가동이 예정돼 있으며 구마모토공장은 일본 전장부품업체 소니 및 덴소와 합작공장으로 2024년 말부터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UMC와 VIS, PSMC 등 다른 대만 파운드리업체들도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물량의 5~10% 가량을 생산하며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장하는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대만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TSMC의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수주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중요한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특성상 안정성이 최우선으로 꼽히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파운드리업체를 바꾸는 데 상당히 보수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고 아직 고객사 물량도 상대적으로 크게 밀리는 삼성전자가 사업 기회를 넓히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파운드리포럼을 통해 자동차용 반도체 파운드리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뒤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에 주력해 왔다.
2021년 파운드리포럼에서는 5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해 자동차용 반도체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도 강조했다.
그러나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아직 자동차용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서 충분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7나노와 5나노 미세공정에서 TSMC가 이미 주요 고객사 수주물량을 독점해 90% 넘는 점유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사업 확대에 쉽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만만치 않은 파운드리 경쟁사로 꼽히는 미국 인텔도 2월 투자설명회를 통해 자동차용 파운드리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텔은 자율주행 전문기업 모빌아이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자동차용 반도체사업과 시너지를 내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경쟁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충분히 시장 진입을 확대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고객사들이 TSMC뿐 아니라 인텔과 삼성전자 등 다양한 파운드리업체로 생산을 다변화하려 할 공산도 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뿐 아니라 자회사 하만의 전장부품과 자체 개발 프로세서 및 메모리반도체를 자동차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여러 사업부를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