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03-21 12: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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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의 소액주주연합과 사측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승리하는 쪽은 이사회 과반을 가져가게 돼 향후 회사 경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
▲ 헬릭스미스 본사.
21일 헬릭스미스는 입장문을 내고 “현직 사외이사 2명의 해임 안건에 대해 반대해주실 것을 주주님들께 호소한다”며 “현직 사외이사 2명이 해임되고 소액주주연합 추천 사외이사 2명이 선임된다면 이사회의 의사결정 구조는 매우 기형적이고 왜곡된 구조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헬릭스미스 이사회는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선영 유승신 공동대표이사, 서제희 사내이사, 노대래 사외이사, 오재승 사외이사, 차란짓 분트라(옥스퍼트대 교수) 사외이사 등 6명은 사측 인사다. 다른 2명인 최동규 사내이사, 김훈식 사내이사는 지난해 7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합의 지지를 받아 선임됐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합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런 사측 우세를 깨뜨리려 하고 있다.
소액주주연합은 임기가 끝나는 서제희 사내이사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보로 사측 박영주 헬릭스미스 임상개발부문장에 맞서 박재석 HR자산운용 고문을 내세웠다.
또 노대래 이사 및 차란짓 분트라 이사를 해임하는 안건과 함께 최경준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와 김호철 법무법인 현진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 박재석 후보와 최경준 후보, 김호철 후보가 모두 선임되면 이사회 8명 중 5명을 소액주주연합이 가져가게 된다. 이사회 의결권이 사실상 소액주주연합의 손에 들어가는 셈이다.
헬릭스미스 사측은 소액주주연합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2월부터 이번을 포함해 무려 7차례나 주주총회 관련 입장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왔다.
사측 주장의 핵심은 소액주주연합이 추천한 후보들이 사측 후보보다 제약바이오업계 경험이 부족해 경영능력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액주주연합의 후보 모두 법조계나 투자업계에서 주로 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측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연합의 목적은 총 8명의 이사회 중 5명을 차지해 회사 경영권을 빼앗겠다는 것이다”며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아 무슨 능력으로 회사를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소액주주연합도 마찬가지로 사측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액주주연합은 앞서 노대래, 차란짓 분트라 사외이사 해임 안건을 내면서 “사외이사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사회에서의 독립성과 감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회사가 2020년 말부터 유상증자 2800억 원이 필요할 만큼의 타격을 입었다”고 적시했다.
새로운 이사회 구성의 목적이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소액주주연합은 20일 주주카페를 통해 “매해 영업이익 한푼 없이 엔젠시스 임상 성공만 기다리는 회사 경영진만 믿고 있다가는 마지막 유상증자 대금 1615억 원도 순식간에 바닥날 것이다”며 “주주측 이사들은 만에 하나 유증 대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임상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때를 대비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올인’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선영 대표가 엔젠시스 임상 등과 관련해 약속한 내용을 지키게끔 하는 것도 소액주주연합의 목표다. 김선영 대표는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10월까지 엔젠시스 임상을 성공하고 헬릭스미스 주가 10만 원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보유한 헬릭스미스 주식을 모두 회사에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헬릭스미스 주주총회는 3월31일 열린다. 소액주주연합은 현재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을 대리하기 위한 위임장을 받는 중이다.
주주총회 구도가 지난해처럼 흘러간다면 사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연합은 지분 43.43%를 모은 반면 사측 지분은 21.7%에 그쳤다. 현재 김선영 대표 등 헬릭스미스 특수관계자 지분은 7.25%에 불과하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엔젠시스의 임상3-1상이 실패해 주가가 떨어지면서 사측과 소액주주들의 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