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21일 부산사업장에 첨단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장 증축과 생산설비 구축을 위해 3천억 원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장치다. 고성능·고밀도 회로연결을 요구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FC-BGA는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고성능 반도체칩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 전기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FC-BGA를 사용하면서 FC-BGA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FC-BGA는 기판 제품 중에서도 미세회로 구현과 대면적화, 층수 확대 등 기술 난도가 높아 후발업체 진입이 어렵다.
모바일용 일반 패키지 기판이 아파트를 짓는 기술이라면 삼성전기가 증설하는 FC-BGA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수준의 기술력에 비유할 수 있다.
장 사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기판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선두권과 격차를 좁힐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FC-BGA 생산능력은 세계 6위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별 생산능력을 살펴보면 일본의 이비덴이 8만㎡, 신코데키가 5만㎡, 대만의 유니마이크론이 3만109㎡, 대만 난야가 2만9500㎡, 오스트리아 AT&S가 2만4천㎡, 삼성전기가 1만6900㎡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는 앞서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천억 원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장 사장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잠재력과 관련이 깊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FC-BGA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FC-BGA 시장 확대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증권업계 실적 추정치를 평균해보면 삼성전기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2900억 원 영업이익 1조7천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역대 최대실적을 내는 셈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삼성전기는 FC-BGA 제품 고도화와 고객다변화를 노리고 있어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이번 반도체 패키지 기판 투자를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로서 역량을 살려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DS사업부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담당해왔다. 2017년부터 3년간 시스템 LSI사업부에서 SoC(시스템온칩) 개발을 총괄하면서 반도체 관련 부품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반도체 전문가로서 장 사장이 역량을 발휘한다면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장덕현 사장은 이번 추가 투자를 발표하면서 "반도체의 고성능화 및 AI·클라우드·메타버스 등 확대로 기술력 있는 패키지 기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