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호남 지역민에게 대선 패배 결과를 사과하는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야당으로 신분이 바뀌는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분화는 필연적일까?
계파 대리전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당내 세력구도 변화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20일 정치권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당의 지도체제나 대선 패배의 책임소재와 관련한 민주당내 갈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직후 민주당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도체제를 정비했지만 이와 관련한 파열음이 많이 나왔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대선 때 당 지도부인 원내대표로 있었기 때문에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도 비대위를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당내에서는 일단 윤호중 비대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됐지만 불만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이나 당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와 관련해 부정적 시각도 많다.
민주당의 내홍은 지도체제와 관련한 것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비대위원을 맡은 채이배 전 의원이 1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말하자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채 전 의원에게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채 전 의원의 비대위원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내홍의 이면에는 새로 재편될 당내 세력구도와 관련한 권력쟁투의 성격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여당에서 야당으로 신분이 바뀌는 탓에 이런 성격이 더 도드라지게 드러날 수 있다.
대체로 여당은 현직 대통령이 강력한 구심점이 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계파가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친문재인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해 당내 ‘비문’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는 차례대로 여당의 주류세력이 돼 각각 친박, 친이를 이른바 ‘공천학살’한 일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당이 야당이 되면 당내 세력구도의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구심점이었던 대통령이 퇴임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면 기존 주류 계파의 응집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원내 의석 172개로 몸집이 크다는 점은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계파 분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선 기간에 호남을 기반으로 한 옛 국민의당 인사들을 비롯해 기존 민주당과 결이 다른 세력이 합류한 것도 향후 세력구도 변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상황은 2007년 정권교체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도 이재명 고문과 같은 당내 비주류 정동영 후보가 나왔다가 패배했다. 이후 주류인 ‘친노무현계’와 비주류 계파 사이 오랜 갈등과 반목이 이어졌다.
친노 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해찬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분화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뒤 대체로 친문으로 다시 집결했다.
계파정치는 ‘패거리 정치’라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자연스런 정치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야심 있는 정치인에게는 지지기반을 형성하려는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당권이 공천권과 결부된 까닭에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각각의 주체들 역시 계파 수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해 권력쟁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정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대선 이후 민주당 계파분화의 첫 분수령은 원내대표 경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에서 이재명 고문 쪽 인사로 분류되는 박홍근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박광온 의원이 가장 유력한 양대 후보로 꼽힌다. 원내대표 경선이 ‘이낙연계’와 ‘이재명계’의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주류였던 친문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전 대표에 공감하는 측면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선을 거치며 범친문과 이재명 고문 사이 접촉면도 꽤 넓어졌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는 다수의 친문 의원들이 합류해 활동했고 이 가운데는 확실한 이재명계로 자리잡은 이들도 있다.
‘정세균계’인 이원욱·안규백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어 둘 가운데 교통정리를 통해 한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원조 친노인 이광재 의원,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김경협 의원도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당초 원내대표 도전 가능성이 거론됐던 홍익표 의원은 불출마로 가닥을 잡고 박광온 의원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체제에서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이자 비대위원장 부재 시 권한대행을 맡는 중책이다. 누가 원내대표에 오르느냐는 당내 세력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게다가 경선 결과로 대선 이후 민주당의 원내 동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은 24일 오후 2시 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의 투표를 통해 이뤄진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의원이 있으면 바로 원내대표로 선출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10% 이상 득표자를 대상으로 정견 발표를 할 기회를 준다.
2차 투표에서 과반이 나오는 사람이 새 원내대표가 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에서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