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안팎의 분위기와 이 상임고문의 최근 행보 등을 고려했을 때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조기등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대선 이튿날인 10일부터 나흘 만에 10만 명이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신청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명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되어달라’고 외치며 1천만 명의 권리당원 모집을 목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상임고문 역시 지지자들과 꾸준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지난 10일, 11일, 14일 등 여러 차례에 걸쳐 SNS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고 지지자들은 수많은 댓글로 응답했다. 특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상임고문과 주고받은 SNS메시지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했지만 이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아직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다. ‘이재명 효과’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는 특히 김두관 의원을 중심으로 이 상임고문의 조기등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현재 비대위원장을 맡은 윤호중 의원을 포함해 정부여당에서 정책을 총괄해 민심을 떠나게 만든 이들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18일 SNS에 “대선에 지고도 왜 반성하지 않고 또다시 패배의 책임자를 당의 대표로 내세우는지 모르겠다”며 “윤 비대위원장 체계로는 새로운 민주당도, 지방선거 승리도, 개혁입법도 불가능하다. 윤 비대위원장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적었다.
대신 이 상임고문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6월 지방선거를 위해 전면에 나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17일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인터뷰에서 “당장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것은 아니다”며 “(이 상임고문이) 지방선거도 잘 치러내고, 또 뜻이 있으면 당을 맡아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당으로 거듭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그런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상임고문의 조기등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상임고문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건 본인과 당 모두 부담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18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이 상임고문) 본인 뜻도 아닐 테고 본인이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더이상 안 나오게끔 공식적으로 의견 표명이 있기를 바란다”며 “쉬는 게 우선 본인을 위해서도 득이 될 뿐만 아니라 지금 어쨌든 대선 패배의 장본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모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인데 대선 후보였던 이 상임고문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 상임고문의 조기등판을 우려했다. 조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상임고문을 두고 “1600만 표를 얻은 우리 당 제1의 자산”이라면서도 “격전을 치르고 갑옷을 벗으려는데 다시 갑옷 입고 전장으로 가라는 말이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이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자리에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만 이렇게 되면 차기 정부와 너무 대립각을 세울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상임고문이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졌지만 잘 싸웠다’는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당내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이 떠오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이 상임고문의 역할론에 동조하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전 위원장은 1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나이가 어리니) 정치적 재기를 꿈꿀 텐데 어떤 방법을 통해 재기를 하느냐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며 “(이 상임고문이) 찾아오면 만나야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 상임고문은 정치활동 재개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17일 대선 낙선 인사를 하던 중 차량에 치여 사망한 시의원 출마 예정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가슴 아픈 일이고 미안하다”면서도 조기등판 관련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