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윤 당선자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산업은행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금융 경쟁력을 위해 본점을 지금과 같이 서울에 둬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이 이전 반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낸다면 윤 당선자가 산업은행 이전을 위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1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회장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윤 당선자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신년 간담회에서 부산 이전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며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로 금융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며 “산업은행은 금융경제를 수도에서 아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 이 회장이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산업은행의 이전을 주장하자 이 회장은 “쓸데없는 논의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을 마치고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적극적으로 부산 이전의 반대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산업은행이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종 금융 인프라가 있는 서울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 노조도 인력 이탈,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본사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려면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둬야 한다고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를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과반 의석을 넘게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개정이 힘들다.
만약 이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가능성은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의 뜻에 동의하는 인사가 새로 산업은행 회장에 올라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이전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다면 민주당으로서도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수장인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우면서 지속적으로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뜻 윤 당선자에 협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은행 회장직에 올라 연임까지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윤 당선자가 2023년 9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 회장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하는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역대 산업은행 회장들을 보더라도 정권 교체기에 회장이 교체된 사례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 회장의 전임자인
이동걸(동명이인) 전 산업은행 회장은 2017년 임명된 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임기를 1년5개월 남겨두고 물러났다.
이에 앞서 노무현 정부가 2003년 출범하자 당시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사퇴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김창록 전 회장,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강만수 전 회장이 물러났다.
이처럼 산업은행 업무가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윤 당선자가 이 회장 대신에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행해 나갈 새 인물을 임명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로 공공기관장 교체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어 이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에 산업은행 회장직을 유지하며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을 말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 회장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관성 있게 이전 반대의견을 충분히 설명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