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월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당선인의 시간과 함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시간도 시작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모든 관심이 모이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정치적 위상을 높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새 정부의 초대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자가 안 대표에게 인수위원장을 맡겨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결속력을 다지고 공동정부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만큼 안 대표의 차기 총리행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인수위원장이 초대 총리에 거론된 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다만 김 전 헌재소장은 아들 병역면제 관련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자진사퇴했다.
인수위원회는 정부 조직부터 예산 파악, 새 정부 정책기조 설정 등 정권 출범을 위한 밑그림과 방향을 설정하는 막중한 권한과 임무가 포괄적으로 부여된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이 안 대표에게 인수위원장을 맡긴 것을 두고 행정 경험을 미리 쌓는 '총리 수업' 기회를 준 것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더욱이 다음 총선이 2년가량 남아있기 때문에 안 대표로선 국무총리를 지낸 뒤 당으로 복귀할 시간적 여유도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다.
윤 당선자가 정식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언론의 관심은 인수위원회에 쏠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안 위원장도 윤 당선자와 함께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인수위원회를 잡음없이 이끌고 인수위원 구성부터 차기 정부 국무위원 인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적절하게 받아낸다면 인수위원장 자리는 안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첫 인수위원 인선으로 기획조정 분과 인수위원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더불어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최종학 서울대 교수를 임명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외부인사까지 골고루 포함되면서 안 대표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시선이 있다.
이태규 의원은 안 대표의 측근으로 후보 단일화 협상을 맡은 인물이다.
다만 안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 밖엔 머리 속에 들어있지 않다"며 "국정과제 전반을 제대로 파악하고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디 한 눈 팔고 다른 생각 할 여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원장직은 안 대표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원장이었던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의 '오륀지'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오륀지’ 이러니까 ‘아 오륀지!’ 이러면서 가져오더라고요." 이 전 총장이 영어 교육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로 10년이 훌쩍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국민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오륀쥐 발언은 이 전 총장의 입각이 물건너 가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영어 공용화 논란까지 번지며 이명박 정부 초기 큰 부담을 줬다.
인수위원회에서 국무위원 후보자의 지명도 이뤄지는 만큼 국무위원 후보자가 낙마하기라도 한다면 인수위원장인 안 대표의 정치적 위상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