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인도의 비게임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이는 시장 확대에 앞서 영향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21년부터 인도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모두 7번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3번의 투자는 비게임분야에 이뤄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크래프톤이 10일 투자한 쿠쿠FM은 인도 최대 오디오 플랫폼 기업이다.
2021년 12월 투자한 프렌드와 2021년 7월 투자한 프라틸리피는 각각 소셜 플랫폼, 웹소설 플랫폼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도시장은 신흥시장인 만큼 아직 시장규모가 작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시장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에 앞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고 시장이 본격화되기 앞서 영향력을 늘리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2월 2021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2년 인도에서 게임, 딥테크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사업적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투자 행보는 단기적으로 크래프톤의 핵심 모바일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
모바일앱 마켓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일 인도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순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같은 장르의 게임인 '프리파이어 맥스'에 뒤진 2위에 올라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2018년 3월 인도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매출순위에서 '프리파이어'와 그 후속작인 '프리파이어 맥스'를 뛰어넘은 적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프리파이어'와 '프리파이어 맥스'는 글로벌 기준 내려받기 10억 회를 달성하는 등 개발사 가레나가 있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국민 모바일 게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프리파이어'가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모방게임보다 순위가 뒤쳐지는 것은 뼈아픈 지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크래프톤이 인도시장에서 이미 성공한 경험을 지닌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그들의 경험을 통해 현지화의 노하우를 체득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 기반 게임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시장을 충분히 익히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크래프톤의 중국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래프톤은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결정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환경과 맞딱드릴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점은 절대적 리스크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중국의 최대 연례정치행사인 양회에서는 게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강력한 게임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시장에만 전략을 집중하다가는 예상하지 못한 규제 탓에 사업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도시장을 정조준하며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도 게임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큰 편이다.
인도와 중국은 모두 14억 명 안팎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의 인구수가 중국을 제쳤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는 등 중국시장을 대체할 곳으로 인도시장이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 모바일 게임시장은 2020년 8억8500만 달러(1조500억 원)에서 2024년 37억5천만 달러(4조4500억 원)까지 그 규모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전체 매출에서 인도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2021년 3분기 크래프톤 실적에서 인도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대였는데 4분기에는 10%에 근접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