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텔이 실적발표를 하면서 삼성전자가 종합반도체기업(IDM) 매출기준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종합반도체기업 1위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보다 인텔의 부진이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디 있는 것일까? AP에서 퀄컴을 이미지센서에서 소니를 제치는 것이 삼성전자의 미래일까?
물론 이렇게 된다면 진정한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 우뚝 설 수 있겠지만 종합반도체기업 1위라는 산을 오르는 데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연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를 뜻한다.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22조 원에서 2030년에는 130조 원 규모까지, 무려 6배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소모 전력이다.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려면 당연히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여기서 삼성전자의 강점이 드러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파운드리와 설계 모두 하고 있는 기업이고 낸드플래시, D램 등 메모리 분야에서도 굳건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반도체의 ‘전력 소모’ 난관을 넘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인-메모리 컴퓨팅’,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의 결합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발간한 ‘인공지능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 동향’이라는 보고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수행할 때 폰 노이만 병목현상은 결국 연산유닛과 데이터 스토리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능 한계로 정의된다”며 “따라서 최근 인공지능 뉴로모픽 회로기술 연구의 초점은 기존 컴퓨터의 연산유닛-메모리 병목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메모리반도체는 저장,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을 위한 반도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가 연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를 메모리반도체와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한 몸이 된다면 이런 데이터의 교환을 최소화해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소모전력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과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둘 다 하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당연히 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최근 자기저항메모리(MRAM)을 기반으로 하는 인-메모리 컴퓨팅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고 이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기도 했다. 특히 이 MRAM을 기반으로 한 인-메모리 컴퓨팅의 작동방식은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반도체’에 가장 가까운 기술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캐시카우이기도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에 큰 도움이 되는 존재는 아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 삼성전자는 이미 메모리업체로서는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뤘기 때문에 메모리 사이클 회복에 따른 최선호주로 꼽히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기술력과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동시에 쌓아가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는 다 하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는 오히려 저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과연 삼성전자가 상대의 실책으로 얻어낸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타이틀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