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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입주기업을 격려하고 있다. |
"삼성은 잡스가 없던 애플처럼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후계자로 거론돼온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삼남매가 주력 사업을 나눠 맡도록 계열사를 정리해 놨다."
2014년 5월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주요 외신들은 이런 평가와 전망을 내놨다.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 만 2년이 지났다. 이는 곧 사실상 그룹 총수로 떠오른 이재용 부회장 체제 삼성이 시작된 지 2년째를 맞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외신보도는 틀리지 않은 셈이다. 이건희 회장 부재 이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의 역할은 커졌고 더욱 또렷해졌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부재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아직 현재완료형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안정적 구축을 위해 앞으로 삼성그룹에서 또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관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외견상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그룹 인사 때마다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삼성전자 부회장에 머물러 있다.
공식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난해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오른 정도다.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던 자리였던 만큼 삼성그룹 후계자로서 대외적 상징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재계에서 ‘이재용의 삼성’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석유화학·방산부문 계열사들을 한화그룹에, 나머지 화학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넘기는 대규모 빅딜이 이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한 뒤 이뤄졌다.
사업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실용주의’란 이름으로 불리며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제일기획을 비롯해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계열사들에서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재편도 잇따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진통 끝에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도 시험대에 올라 주목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성적표는 곧 이 부회장의 경영성적과 직결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직후인 2014년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조 원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015년 영업이익 7조 원대를 회복했고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6조6700억 원 수준으로 선방한 실적을 내놨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스마트폰사업을 하는 IM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이재용 시대의 삼성을 바라보는 불안요소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재용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부품 등 미래사업과 관련해 실질적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시장의 포화와 반도체시장의 경쟁심화에 따라 점찍은 사업들에서 성적표를 받아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중공업 계열사 실적악화도 이 부회장의 경영에 여전히 부담으로 존재한다.
이 부회장 체제로 연착륙하는 데 필요한 지배구조 개편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으로 대표되는 전자와 금융 계열사에 대한 안정적 지배력을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맞춰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으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든 삼성물산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추진이든 생각보다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