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한 대형마트 매장 모습. <연합뉴스> |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완화의 기대감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민간기업 규제를 적극적으로 철폐하겠다고 강조했던 점을 감안할 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나 24시간 영업 금지, 전통시장 반경 1km 내 출점 금지 등을 명문화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을 개정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은 극복 과제로 꼽힌다.
10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됨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이 다음 정부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공론화하겠다고 공약한 적은 없다. 실제로 윤 당선자의 대통령 후보 공약집에서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관련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후보 시절 보였던 행보와 말들을 살펴보면 유통업계의 규제 완화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윤 당선인은 2월 광주 송정매일시장을 방문해 진행한 유세에서 “광주 시민들은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됐다”며 복합쇼핑몰 유치를 광주 지역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 관련 공약이었지만 순식간에 유통업계를 둘러싼 규제 철폐 논의로 번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유통산업을 둘러싼 규제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수 차례 연설에서 “경제 활동의 주체는 민간이다”며 민간 경제영역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유통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변화가 점쳐진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을 기대하는 쪽은 대형마트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0시부터 10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명령할 수 있고 매달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실제로 이는 대형마트에 큰 족쇄가 됐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쿠팡과 마켓컬리 등 신흥 이커머스 기업들은 새벽배송에 올인하며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지만 대형마트들은 규제 탓에 배송시장에서 발목을 잡혔던 것이 사실이다.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점포를 이용한 새벽배송에 나설 수 없고 의무휴업일에도 배송을 할 수 없다. 배송을 하게 되면 유통산업발전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2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유통업체 규제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기에 정부와 국회는 구시대적 유통업체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의 시장 독식 현상을 어떻게 규율할지, 자영업자와 어떻게 공존하도록 할수 있는 논의와 법안을 조속히 도입하길 바란다”며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조항에 따라 대형마트는 이커머스기업과 경쟁에서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며 “다음 정부에서 규제가 완화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유통산업발전법을 손보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수적인데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으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커 국민의힘도 상반기 중에 유통산업발전법을 손보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1997년 4월 처음 공포된 법으로 올해 만 25년이 된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제정 취지를 놓고 “1990년대 들어와 민간부문의 유통산업 변화가 구조면에서 급속히 진행됐다”며 “이에 따라 유통산업의 효율적 진흥과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고 나아가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여 한국경제의 발전에 보다 체계적으로 공헌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초기에는 유통기업의 사업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법이 다듬어졌다. 대규모 점포의 개설과 증설을 기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고치고 직영 비율이나 권고시설 설치 의무화 조항 폐지 등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공격적 출점에 따라 전통시장이 타격을 받는다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2010년 이후부터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쪽으로 변화해왔다.
2010년 전통상업보존구역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기로 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지정범위를 기존 전통시장 500m 이내에서 1km 이내로 확대했다.
2012년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0시부터 8시까지 제한하기로 했으며 매달 1일 이상, 2일 이내로 의무휴업하도록 하는 규제도 만들어졌다. 2013년에는 영업제한 시간이 0시부터 10시까지로 확대됐다.
이 밖에도 대규모 및 준대규모 점포 영업개시 30일 전까지 개설계획을 예고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는(2014년 도입, 2016년에 60일 전으로 강화) 등 여러 규제가 추가로 도입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