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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격호 총괄회장이 부동산 투자로 롯데그룹의 기반을 다졌다면 신동빈 회장은 금융으로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롯데그룹은 10개의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회사 수만 놓고 보면 삼성그룹과 똑같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금융계열사가 전무했던 롯데그룹이다. 그런 롯데그룹에 변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취임 때부터 “서비스 산업은 돈이다. 계기가 되면 언제든 금융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유통에서 모은 돈으로 더 큰 돈을 만들 수 있는 금융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였다.
신 회장에게 금융은 단순히 금융회사를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통에서 모인 돈을 잘 굴려 더 큰 돈을 만들고, 이 돈을 밑천 삼아 해외진출과 사업다각화로 그룹을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신동빈=금융’이라는 등식이 롯데그룹 내부에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이 말은 롯데에서 금융이 흔들릴 경우 신동빈 회장의 위상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신동빈=금융’ 공식으로 후계구도에서 힘 받을까
신동빈 회장은 “부동산으로 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며 계열사 소유의 땅을 팔아 막대한 투자자금을 마련했다. 신 회장은 이 돈으로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롯데그룹의 사업영역을 넓혔다. 특히 금융사의 인수합병에 주력했다.
‘신동빈=금융’이라는 공식은 향후 롯데그룹 후계구도에서 신동빈 회장에 힘을 실어줄 원동력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치열한 후계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령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상단에 위치한 롯데쇼핑 지분을 각각 13.46%, 13.45%씩 보유하고 있다. 둘 사이 지분 격차는 0.01%에 불과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한 0.93% 지분의 향방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되는 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한국롯데를, 신동주 부회장에게 일본롯데를 맡아 경영하게 했다. 경영 성과에 따라 후계자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승계시점이 다가오면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의 후계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그룹 식품계열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롯데제과에서 지분경쟁이 붙었다. 또 해외진출 때 지역을 철저히 나눠왔던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동남아 제과시장 놓고 맞붙고 있다.
롯데그룹의 금융부문 확대는 신동빈 회장의 가장 뚜렷한 경영성과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실질적 수장을 맡은 이후 롯데그룹의 사업영역은 기존의 식품, 유통서비스, 화학건설에서 금융까지 넓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후계 선정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이러한 성과를 평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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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왼쪽)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 금융과 비금융의 결합이 낳은 시너지와 과도한 밀월
신동빈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금융업을 롯데그룹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았다. 그가 금융부문을 확대한 배경에 유통계열사의 풍부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유통과 화학건설계열사의 해외진출에 힘을 싣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소매업과 금융을 통한 현금의 선순환은 백화점 등 기존 사업군의 글로벌화 추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며 “금융은 롯데 입장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군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롯데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유대관계는 매우 긴밀해졌다.
롯데 금융 계열사의 총자본금에서 비금융 계열사가 출자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4%에 이른다. 비금융 계열사가 벌어들인 돈을 금융계열사에 적극 투자한 것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24%로 롯데그룹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대로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도 전폭적으로 이뤄졌다. 롯데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디시네마오브코리아(529억 원), 롯데상사(338억 원), 현대정보기술(250억 원), 롯데부여리조트(224억 원), 롯데자산개발(200억 원), 롯데브랑제리(158억 원), 롯데닷컴재팬(111억 원)에 모두 1810억 원 가량을 대출해줬다.
롯데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은 롯데캐피탈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현대정보기술에 지속적으로 대출해주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정보기술은 지난 4월 롯데캐피탈로부터 이자율 4.59%에 50억 원을 추가로 차입했다. 이 차입은 지난해 운전자금으로 빌린 50억 원에 대한 만기연장이었다. 롯데캐피탈이 현대정보기술에 대한 자금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롯데캐피탈은 2011년에도 현대정보기술에 200억 원을 빌려줬다.
업계 관계자는 “과연 현대정보기술처럼 실적이 부진한 동종기업이 이런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더 이상 은행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현대정보기술에게 롯데캐피탈이 힘을 보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