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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수퍼빈 플라스틱 회수로봇 보급, 김정빈 재활용을 놀이로

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 2022-03-04 17: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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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증가에 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사회가 확산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를 잘 분리해 배출하고 재활용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오늘Who] 수퍼빈 플라스틱 회수로봇 보급, 김정빈 재활용을 놀이로
▲ 김정빈 수퍼빈 대표이사.

4일 친환경사업 업계에 따르면 수퍼빈이라는 작은 회사가 쓰레기 재활용 분야를 앞장서 개척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기업가치가 벌써 1천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쓰레기 재활용은 쉽지 않은 도전 과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음식용기와 뚜껑, 비닐포장재, 플라스틱칼 등을 모두 포함해 배달음식 1개(2인분)당 평균 18.3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이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바탕으로 배달음식 이용자는 1인당 연평균 10.8kg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이 가운데 약 80% 이상이 소각·매립된다.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5년 설립된 생활폐기물 자원화 회사인 수퍼빈은 바로 이런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

수퍼빈이 내놓은 무기는 페트병과 알루미늄캔 등을 수거하는 지능형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이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이사는 삼성화재와 컨설팅회사를 거쳐 철강회사 코스틸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2014년 코스틸에서 나온 뒤 2015년 수퍼빈을 설립했다. 분리수거 뒤에도 별도의 분리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된 뒤 재활용 환경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미국 오리건대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행정학 석사학위와 코넬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정빈 대표이사는 카이스트에서 개발했지만 사업화되지 못한 카메라 기반의 인공지능(AI) 비전인식 시스템을 알게 됐고 이를 상용화해 네프론을 만들게 됐다. 

네프론은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순환 가능한 페트병과 알루미늄캔을 선별해 분류·압축·저장한다. 모든 과정이 인공지능 통해 이뤄지기에 모양은 자동판매기처럼 생겼지만 '로봇'이라고 부른다.

수퍼빈은 이후 이를 수거하고 세척 등의 작업을 거쳐 R-PET(폐플라스틱) 원료인 플라스틱플레이크를 만들거나 재활용업체에 판매하게 된다.

또 이용자에게는 재활용 가능한 물건을 가져다 줄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일정 포인트 이상이 쌓이면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 참여률을 높이고 있다.

수퍼빈은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쓰레기 재활용에 따른 부가가치를 참여자에게 제공하면서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네프론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수거단계부터 재활용 쓰레기를 엄격히 분류하고 오염을 최소화한다. 오염이 심하거나 재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수거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순도 높은 폐플라스틱 소재를 만들 수 있어 산업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쓰레기 재활용 업체는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하고 사람이 육안으로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재활용품을 수거 및 선별하는 것과 비교해 비용이 많이 들고 깨끗한 소재를 분류하는 것도 어렵다.

국내 플라스틱 용기는 복합재료가 많이 사용되고 배출 과정에서 음식물이 묻는 등 오염되는 사례가 많아 재활용률이 특히 낮다. 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이 2015년 페트병 약 15만 개를 조사한 결과 96% 이상이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해외에서 수입하는 폐플라스틱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기존 6~7만 톤 수준에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에 9만 톤으로 증가했다.

수퍼빈이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아진다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량을 낮추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환경보호뿐 아니라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오늘Who] 수퍼빈 플라스틱 회수로봇 보급, 김정빈 재활용을 놀이로
▲ 수퍼빈이 제작한 네프론. <수퍼빈>

수퍼빈은 2016년 11월 첫 설치를 시작으로 2021년 말 기준 4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 400여 대의 네프론을 운영하고 있다. 네프론 판매·대여 및 유지보수비가 주요 수익원이다.
  
2021년 기준 수퍼빈이 네프론을 통해 수거한 페트병은 약 3천만 개, 알루미늄캔은 약 2천만 개에 이른다.

연매출은 2017년 1억4천만 원, 2018년 4억8천만 원, 2019년 13억8천만 원, 2020년 17억7천만 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에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데 이어 2020년에는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1천억 원을 넘었다.

김 대표는 네프론을 1천 대 이상 설치해 운영하고 해외 진출을 통해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위탁 가공해왔던 플라스틱플레이크 제조에도 뛰어들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수퍼빈은 경기도 화성시에 1만3천 ㎡(약 4천 평) 규모의 플라스틱플레이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수퍼빈 관계자는 “플레이크 공장은 올해 6월경에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네프론 설치를 확대하고 고품질의 플레이크를 생산해 공급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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