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이 팹리스 기업 LX세미콘을 앞세워 그룹 성장동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은 가전제품이나 스마트기기, 신재생에너지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전력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하며 LX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LX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구 회장은 광화문 본사와 함께 LX세미콘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양재캠퍼스에도 집무실을 두고 번갈아가며 출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 회장은 LX세미콘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각별하게 사업을 챙기고 있다.
LX그룹에서 LX세미콘의 자산비중은 1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구 회장이 직접 LX세미콘에 별도에 집무실을 두고 경영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LX세미콘을 그룹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 LX세미콘은 최근 들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X세미콘의 IR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판매관리비는 1001억7천만 원으로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가 늘었다.
LX세미콘은 이제까지 분기 기준으로 판매관리비가 700억 원을 넘긴 적이 없기 때문에 의미 있는 수치다.
판매관리비 가운데 경상개발비를 살펴보면 2021년 3분기 391억9천만 원에서 4분기 610억6천만 원으로 219억 원 가량 늘었다. 판매관리비 가운데 6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상개발비는 새로운 기술이나 신제품을 연구·개발할 때 생긴 지출 가운데 무형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아 비용으로 처리된 것을 뜻한다. 회사가 무언가를 개발하는 데 돈을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LX세미콘은 2021년 7월 회사 정관에 반도체 설계·제조·용역으로 기재돼 있던 사업목적을 반도체장비, 응용부품과 소재·모듈·부속품을 더 추가했다. 추가된 연구개발비는 이와 관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말 LG이노텍의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유무형 자산을 인수하고 LG화학으로부터 FJ머티리얼즈 지분 약 30%를 68억3600만원에 취득했다. FJ머티리얼즈는 전자기기의 열을 배출하는 방열소재 업체다.
이와 관련해 LX세미콘 관계자는 “새로운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투자와 연구개발비 집행규모에 비춰 볼 때 LX그룹은 전력반도체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LX세미콘은 최근 전력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전기 전자제품의 작동을 제어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인력을 뽑기도 했다.
여러 전자 칩의 전압과 화면 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제어하는 전력반도체는 가전제품이나 스마트기기나 충전기,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최근 들어서는 용도와 사용범위가 전기자동차, 태양광,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모바일 기기 등으로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
구 회장이 LX세미콘을 통해 전력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은 이런 잠재력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시장규모는 2020년 8억6천만 달러에서 2030년 50억 달러 가량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준 회장은 1999년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으로 넘길 당시 LG반도체(현재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일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현대그룹에 LG반도체를 넘기는 방안을 극렬하게 반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은 LG반도체에서 이루지 못한 반도체에 대한 꿈을 LX세미콘을 통해 이루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도 LX그룹의 차세대 경영중심에 LX세미콘이 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LX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기업은 LX세미콘으로 판단된다”며 “새로운 전력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인수합병과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조만간 사업내용이 더욱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LX세미콘이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310억 원, 영업이익 441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19% 늘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