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등 실감기술은 부지불식간에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실감기술을 얘기할 때 주로 게임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감기술은 교육, 인테리어,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다.
교육기업 웅진씽크빅은 유아동·청소년 학습도구로서 '스마트올'을 출시해 20만 명 넘는 회원을 모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올에서는 AR을 활용해 어려운 내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웅진씽크빅은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AR피디아란 증강현실 독서서비스를 출품해 교육기업 최초로 CES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가구·인테리어 쪽도 VR과 AR 활용이 늘고 있는 업종이다. 한샘은 인테리어 설계 프로그램인 ‘홈플래너2.0’을 통해 오프라인 3D 인테리어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가구와 건자재를 가상으로 설치한 뒤 공사 뒷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리바트는 온라인 VR로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VR 쇼룸을 도입했다. 이케아는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할 수 있는 AR 애플리케이션 ‘이케아 플레이스’ 운영하고 있다.
최근 실감기술이 널리 쓰인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활동의 양적 증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대면 접촉이 여의치 않아 실감기술로 대체하면서 편리함을 발견한 부분도 있다.
특히 인테리어·가구 쪽은 시험 삼아 시공을 해보거나 배치를 하기 쉽지 않다. 실감기술이 매우 유효한 분야인 셈이다.
실감형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로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닌텐도는 자동차 경주 게임 ‘마리오 카트’에 AR기술을 적용한 ‘마리오카트 라이브 홈서킷’을 출시한 바 있다. 게임에 활용되는 트랙을 직접 집 안에 만들고 실제 물건으로 게임의 벽을 만들어 트랙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 친숙했던 집안의 구조가 게임상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앞으로 관련 실감형 시각기술이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이지만 난도 높은 기술을 구현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당하는 사례도 많다.
과거 AR과 VR 게임이 모바일게임을 대체하는 새로운 게임의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나왔던 적도 있지만 AR과 VR게임이 성공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AR게임 포켓몬고의 성공은 실감형 시각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켓몬고 이전, 그리고 그 이후에 수많은 VR, AR게임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수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지금도 포켓몬고는 게임 분야 앱 내려받기 순위에서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포켓몬고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콘텐츠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점이 꼽힌다. 실감기술을 적용했다고 히트하는 게 아니라 일단 콘텐츠가 좋아야 하고 그 콘텐츠가 실감기술을 적용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포켓몬고는 세계적으로 사랑 받았던 포켓몬스터의 지식재산(IP)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기본기를 갖춰 놓고 시작한 셈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팬덤이 구축돼 있기도 했다.
실감기술에만 치중해 현란한 효과를 적용하는 데만 중점을 뒀던 다른 게임들과 달리 포켓몬고는 게임과 IP 콘셉을 극대화하며 게임에 AR을 덧입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을 구동하는 기기도 중요하다. 포켓몬고의 게임 수단이 육중한 헤드셋이 아니라 스마트폰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성공 비결로 꼽힌다. 누구나 쉽게 시간과 장소를 크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외연을 넓히려면 현란한 기술보다는 친숙한 콘텐츠, 지식재산, 손쉬운 작동 등이 효과적이라는 점과 이를 구동하는 기기가 일상적으로 편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공상영화에서처럼 우리 삶에 실감기술이 밀접하게 스며들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다양한 모바일인터넷 서비스가 생겨났고 또 이런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기능이 개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XR 분야에서도 양질 콘텐츠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와서 XR기술을 더 풍성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 본다. [채널Who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