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2-25 17: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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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업계가 때아닌 '거점공항' 논란으로 시끄럽다.
무안국제공항이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으로, 김해국제공항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돼 출범하는 통합저비용항공사(LCC)의 거점공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서다.
▲ 2020년 3월6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대합실이 항공사 직원과 여행객 없이 비어있다. 무안국제공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0년 3월1일 필리핀 클라크 편을 마지막으로 국제선이 모두 중단됐다. <연합뉴스>
25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항공사들이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공항을 거점공항으로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무안국제공항을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으로 삼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로 국제선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이 무안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삼기에는 무안공항의 국제선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거점공항은 한 항공사가 거점으로 두고 주로 이용하는 공항을 말한다. 한 항공사의 거점공항이 되면 해당 항공사의 여객선은 대부분 해당 공항에서 출발·도착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을 거점공항으로 두고 있다. 두 공항 모두 국제선 수요가 많은 곳이다.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인구 2천만 명의 메가시티를 배후도시로 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안공항으로 거점공항을 옮기게 되면 이같은 수요를 모두 잃게 된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인구를 모두 더해도 328만 명에 그친다는 점에서 인천·김포공항의 여객수요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국제선 여객 실적은 인천공항 36만6561명, 김해공항 1378명, 김포공항 1214명, 제주공항 216명, 대구공항 106명 등이다. 무안공항과 청주공항, 양양공항은 국제선 운항이 중단돼 이용자가 없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하기는 했지만 인천공항과 무안공항의 여객수요 차이를 여실히 볼 수 있다.
현재 거점공항에 추가로 무안공항을 더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무안공항에서 오가는 국제선 운항 계획을 추가로 짜야해 운영비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수요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환승수요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까지 아우르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주요 환승 거점공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2021년 기준 국제여객 1196만 명으로 처음으로 아시아지역 1위에 올랐다. 2019년 아시아지역 3위보다 2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강력한 아시아 허브공항 경쟁상대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아시아지역 2위, 홍콩 첵랍콕공항은 아시아지역 4위에 그쳤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인천국제공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통합하면 통합항공사의 거점공항이 무안공항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 보인다.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현대·기아차처럼 두 항공사를 각각 운영하기보다는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추진하면서 한 회사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줄곧 밝혀왔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시아나 거점공항은 무안국제공항으로, 포스코지주회사는 포항에’라는 글을 올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과 관련한 논란이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거점공항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기업결합이 가시화하면서 부산지역사회에서는 부산지역공항을 통합저비용항공사의 거점공항으로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어부산은 현재 부산에 있는 김해국제공항을 거점공항으로 두고 있는 유일한 항공사인데 통합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하면 국제선 수요 등을 고려해 거점공항을 인천 또는 김포국제공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은 통합저비용항공사의 본사와 거점공항을 새로 생기는 가덕도신공항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써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가덕신공항에서 발생하는 국제선 수요도 확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수요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력 대선주자의 발언인 만큼 당사자인 항공사들은 어떤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결정하면서 두 항공사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의 거점공항을 지방공항으로 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민간기업의 본사 소재지는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면서 부산지역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을 아시아나항공에서 별도로 분리하도록 요청해 부산시가 인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입김을 넣을 수는 있겠지만 기업결합이 끝나면 기업 재량이 되기 때문에 그때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데다 대선과도 얽혀 있어 최근 이같은 논란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