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수익성 악화로 시름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생산기지를 갖춘 삼양식품은 제품 생산과 수출에 있어 원재료 가격 상승과 해상운임 인상 등의 영향을 경쟁사보다 크게 받기 때문이다.
23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국내매출보다 해외매출 비중이 커 해상운임 비용이 급등하면서 물류비 부담도 더욱 커졌다.
삼양식품 2021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55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31.3% 줄어들었는데 이는 해상운임 상승폭과 비슷한 규모로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삼양식품은 해상운임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해외에 생산법인을 설립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삼양식품이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판매법인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3곳이 있지만 생산법인이나 생산시설은 없다. 해외법인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과 수출하는 제품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다.
결국 제품의 해외 판매를 위해서는 대부분 해상운송을 거처야 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로서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과 해상운임의 상승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라면에 쓰이는 유지(기름)도 지난해 말 1kg당 1282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0%가량 올랐다.
다만 유지나 맥분 등 원재료의 가격 인상은 상대적으로 대응하기가 쉬운 편이다. 대체재를 사용하거나 재고량을 소비하는 등 생산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어서다.
문제는 해상운임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미국 서부로 가는 해상 수출 컨테이너의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당 평균 신고운임은 1600만 원 선으로 집계됐다. 489만원이던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운임이 3배(227.3%)나 오른 것이다.
특히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매출이 3896억 원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60%를 넘어섰다.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지 2년 만에 60%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김 부회장은 해외 생산을 추진하는 대신 먼저 생산효율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국내 생산공장을 새로 건립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밀양공장은 올해 상반기 안에 정상 가동에 들어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우선 밀양 스마트공장 건립이 올해 상반기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며 "해상 운임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당분간은 최대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통한 생산효율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밀양 스마트팩토리를 완공한 뒤에 지속적으로 기존 원주공장과 익산공장에도 설비와 전력 자동제어 장치를 도입하는 등 제조공장의 스마트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때문에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해외 생산공장 건립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안정성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에는 앞서 삼양식품이 미국에서 철수한 경험이 작용했을 수 있다. 삼양식품은 1980년 일찍이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8년에 철수했다.
김 대표가 당시 낮은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에서 겪는 경영난을 심화시켰다는 판단 아래 공격적 확장 대신 안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기업인 농심도 미국시장에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공을 들였다.
농심은 처음 미국법인을 설립한 지 11년이 지난 뒤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실제 가동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 전역에 체인을 보유한 메인 유통채널인 ‘월마트’를 포섭하는데 성공했고 공장을 증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식품업계에서는 삼양식품도 미국 현지에서 먼저 전국 단위 슈퍼마켓을 공략해 판매량을 늘려 인지도와 신뢰도를 확보한 뒤 생산법인 설립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