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이 곧 개장 1주년을 맞는다.
‘
정지선의 야심작’이라고 불린 현대백화점의 최신 백화점 더현대서울은 새로운 쇼핑경험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확히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도 올렸다.
24일이면 더현대서울이 개장한 지 1년이 된다.
더현대서울의 공식 개장 날짜는 2021년 2월26일이지만 현대백화점은 이보다 이틀 앞선 2월24일에 사전개장행사를 진행했다.
더현대서울은 국내 백화점 가운데 ‘신상’ 축에 속한다. 더현대서울에 이어 국내에서 문을 연 백화점은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2021년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2021년 8월) 등 2곳에 불과하다.
더현대서울은 개장한 지 이제 갓 1년 되는 백화점이지만 흥미로운 다양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더현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한 카페’나 ‘인증샷의 성지’로 불린 카멜커피의 하루 최대 대기인원은 1007명(2021년 5월1일). 1m 거리두기를 실천하면 대기줄의 길이가 마포대교(1400m)보다 긴 셈이다.
홍콩식 대중 음식점 호우섬에서 판매한 만두접시를 모두 세우면 히말라야 정상 높이와 비슷하고 더현대서울 식음료(F&B) 매장을 방문한 고객 수가 뉴질랜드 인구(489만 명)와 비슷하다는 기록도 세웠다.
단순히 흥미로운 기록만 세운 것은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을 통해 사업적으로도 중요한 성과를 냈다. 백화점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30대를 불러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 개장 1년 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고객의 연령층은 30대였다. 30대 고객의 소비가 더현대서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6%로 조사됐다.
더현대서울이 지난해 낸 매출은 6637억 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30대에서 나온 매출이 약 2500억 원이라는 얘기다.
MZ세대로 묶어 보면 2030세대의 매출 비중은 53.5%까지 오른다.
현대백화점이 더현대서울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소비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는 젊은 세대로부터 낸 것은 그만큼 더현대서울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매장 방문 시간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더현대서울의 고객 평균 방문 시간은 79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온라인 커머스플랫폼의 강자로 꼽히는 쿠팡의 1인당 앱 평균 체류시간 11분(2월20일 기준)과 비교해 7배나 높은 수치다.
더현대서울이 세운 기록은 현대백화점이 스스로 내걸었던 비전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2월23일 더현대서울 사전개장행사를 앞두고 “고객에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쇼핑경험과 미래 생활가치를 제시해 더현대서울을 미래 백화점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의 이색적 기록이나 2030세대의 높은 매출 비중 등은 유통업계의 큰 물줄기나 다름 없는 온라인 전환 흐름 속에서도 오프라인 백화점이 설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제시해줬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흥행 덕분에 실적도 좋았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5724억 원을 거둬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냈다. 최대 매출에는 더현대서울 개장 효과가 강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더현대서울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 속에서도 현대백화점그룹이 야심차게 서울 중심부에 선보인 대형 백화점이다.
더현대서울의 탄생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서울 여의도 파크원이 조성될 때 백화점 건물 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당시 업무지구라는 여의도 특성을 감안할 때 고객이 많이 모이지 않을 수 있다는 그룹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점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업계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깨트리는 전략으로 더현대서울을 꾸몄다. ‘시간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해 쇼핑에 몰두하도록 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무시하고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여는 건축기법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객 휴식공간을 매장 면적보다 더 많이 확보한 것도 특징이다. 매출과 직결되는 매장 면적에 주목하기보다 고객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오프라인 공간의 체험적 기능을 강조한 시도로 여겨졌다.
매장 이름에서도 정 회장의 파격적 시도는 이어졌다.
정 회장은 새 백화점의 이름을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라고 하지 않고 더현대서울이라고 지었는데 이는 단순한 백화점에 머물기보다 오프라인 매장의 새 가능성을 펼치겠다는 의지로도 읽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