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처럼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일이 급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 내정자가 3인 부회장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금융지주에서 부회장체제는 차기 회장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부회장을 여럿 둬서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고 검증과정을 겪게 하는 것이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12월 허인 전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올리고 양종희·허인·이동철 3인 부회장체제를 갖춘 것도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3인 부회장 사이 경쟁구도를 형성해 후계자 양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2020년 11월 재연임에 성공했는데 임기 9년을 채우게 되는 만큼 사실상 다음에는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막 회장에 오르는 함 내정자로서는 3인 부회장체제를 유지하고 후계구도를 마련해 나가는 일보다는 조직 장악력을 높이는 게 먼저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에서 3인 부회장체제를 꾸린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의 4번째 임기가 끝나는 해인 2020년 3월 이진국 부회장과 이은형 부회장을 추가 선임해 부회장을 3명으로 늘렸다. 2021년 3월에는 이진국 부회장이 물러나는 빈 자리를 지성규 부회장이 메우면서 부회장 3명을 유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