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3년 만에 해양플랜트 수주 재개를 노린다.
삼성중공업이 상선부문 수주 호조에다 해양플랜트 일감도 확보하게 된다면 경영 정상화 기틀을 더욱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조선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삼성중공업이 3년 만에 해양부문 수주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삼성중공업 수주목표를 88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상선부문에서 73억 달러를, 해양부문에서 15억 달러를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해양부문 수주목표를 채우기 위해 해양플랜트 3기를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보면 토탈에너지가 발주하는 미국 노스플랫(North Platte)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 카타르가스가 발주하는 카타르 NFPS 프로젝트, 에퀴노르가 발주하는 위스팅(Wisting)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가 타겟이다.
정 사장은 임기 첫해인 2021년 해양부문에서 수주가 없었는데 올해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초 해양부문에서 32억 달러를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5월 해양부문 수주목표를 20억 달러로 낮췄지만 그 또한 달성하지 못했다. 수주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큰 기대를 걸었던 나이지리아 해양플랜트사업 일정이 2024년으로 미뤄진 것이 결정타였다. 발주처인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과 나이지리아 정부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1조1천억 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일감을 따낸 뒤 지금까지 수주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2017~2018년 해양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강점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다만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해양플랜트 발주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삼성중공업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양플랜트사업의 손익분기점을 국제유가 60달러 선으로 여겨지는데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코랄 술(Coral Sul) FLNG'. <삼성중공업> |
정 사장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삼성중공업 리스크관리(R&M)팀장을 지내며 위험도가 높은 해양플랜트사업 관리에 깊게 관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해도가 높은 만큼 고유가 기조에 발맞춰 해양플랜트 수주에 더욱 공을 들일 공산이 큰 셈이다.
해양플랜트 수주는 정 사장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삼성중공업 경영 정상화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삼성중공업 2021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3120억 원을 내며 2015년부터 7년 연속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마치고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등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48%에서 2021년 말 196%로 낮아졌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수주목표를 크게 초과 달성했고 2024년 중반 인도 물량까지 도크(선박 건조시설)를 채우며 선박 건조가격 협상력도 높여가고 있다.
또 지난해 해양부문 수주 없이도 상선부문에서만 122억 달러를 수주해 전체 수주목표(91억 달러)를 34% 초과 달성하는 등 전체적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과거 해양부문 강자의 입지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해양부문 수주를 재개하는 것이 향후 실적과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만큼 올해도 내실 있는 일감을 확보해 두 부문 모두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