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한글과컴퓨터 각자대표이사가 종속기업인 한컴MDS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994년 설립된 한컴MDS는 컴퓨터 이외의 기계나 장치를 제어하기 위한 내장형 시스템(임베디드 소프트웨어, Embedded Software)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다.
김 대표는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자신이 취임 초기부터 관심을 둬 온 우주산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사업 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18일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한컴MDS 매각과 관련해 주간사를 선정한 것은 맞다"며 "다만 어느 자회사들이 함께 매각될지, 매각 시점이 언제가 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한컴MDS의 매각을 고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수 대표는 2021년 8월 한글과컴퓨터 각자대표이사에 오른 직후부터 신사업 추진을 강조해왔는데 투자금 확보는 늘 고민거리였다.
실제 한글과컴퓨터의 재무적 상황을 보면 다소 신사업 추진 역량이 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한글과컴퓨터는 2021년 9월 말 별도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모두 514억 원 보유하고 있다. 2020년 말인 304억 원과 비교하면 200억 원 넘게 늘어났지만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엔 다소 금액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컴MDS을 매각하면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한컴MDS 실적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점도 김 대표가 매각에 나선 이유로 보인다.
한컴MDS는 2016년만 해도 영업이익 136억 원을 냈지만 2020년에는 그 규모가 40억 원까지 감소했다. 2021년 3분기에는 영업손실 13억 원을 보기도 했다.
한글과컴퓨터는 2014년 3월 임베디드 솔루션 전문기업인 MDS테크를 745억 원에 인수해 이후 회사이름을 한컴MDS로 바꿨는데 인수 이후 실적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다만 한글과컴퓨터가 보유한 한컴MDS의 지분 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글과컴퓨터는 2021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한컴MDS의 지분 32.37%를 보유하고 있는데 18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지분 가치가 약 580억 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시가총액만 본다면 6년 전 인수할 때와 비교하면 1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봐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한컴MDS의 매물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컴MDS가 보유한 핵심 자회사들도 매각 대상 기업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합병업계에 따르면 한컴MDS 매각에는 한컴MDS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컴인텔리전스도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컴인텔리전스는 인공지능형 사물인터넷(AIoT)과 메타버스 관련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 밖에 한컴MDS 아래에는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한컴모빌리티, 로봇을 담당하는 한컴로보틱스 등이 자회사로 있는데 이 회사들 역시 함께 매각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