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브라질CSP(뺴셍철강주식회사)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 온 뚝심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동국제강이 2021년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데는 브라질CSP가 한 몫 했는데 향후 현지 영업환경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장 회장은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브라질CSP를 통한 지분법 평가 이익을 거뒀다. 첫 고로 가동을 시작한 2016년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브라질CSP는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Ceara)주의 뻬셍 산업단지에 위치한 제철소로 동국제강과 발레, 포스코가 합작해 설립됐다.
동국제강은 브라질CSP 지분 30%를 쥐고 있으며 발레가 50%, 포스코가 20% 지분을 들고 있다.
그동안 브라질CSP는 동국제강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2017년 1700억 원, 2018년 1600억 원, 2019년 530억 원, 2020년 1270억 원 등 지분법 평가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브라질CSP는 2016년 본격적으로 가동할 때만 해도 동국제강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브라질이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겪었고 브라질CSP가 생산하는 슬라브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오랫동안 장 회장의 골치를 썩였다.
하지만 이제 브라질CSP가 안정화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동국제강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는데 이 부분에도 브라질CSP가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순이익 6059억 원을 거둬 2020년(294억 원)보다 771.9% 증가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감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지만 브라질CSP의 지분법 평가 이익은 1800억 원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브라질CSP는 지난해 순이익 6528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분법 평가 손익은 지분율에 따라 반영된다.
앞으로 실적 전망도 밝다.
브라질CSP가 생산하는 슬라브는 판상형의 반제품으로 후판, 강판 등 판재류의 소재로 사용된다.
슬라브 가격은 2020년 4분기부터 증가세를 보여 왔으며 브라질 정부가 2022년 말까지 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또 브라질CSP가 위치한 브라질 세아라주의 ZPE(수출촉진지대) 내수 판매 제한이 2021년 7월부로 해제돼 내수 시장 공략이 가능해진 만큼 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브라질CSP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 1조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 시설(SOC) 투자 예산안이 통과됐고 유럽의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 진행 및 기계, 건설 부분 경기 회복 등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브라질CSP가 동국제강 실적 개선에 기여하기 시작하자
장세주 회장의 뚝심도 재평가되고 있다.
장 회장에게 있어서 브라질CSP의 의미는 남다르다.
장 회장은 2001년 회장에 취임하며 브라질 고로 사업 진출을 준비했다.
2005년 브라질 쎄아라 주와 투자 양해각서 체결, 2008년 발레와 합작사 설립, 2012년 제철소 착공 등 장 회장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2015년 동국제강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본사를 매각하면서도 브라질CSP는 포기하지 않았다.
브라질CSP가 동국제강의 미래 핵심사업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장 회장은 2015년 '브라질CSP 고로 연와 정초식'에 참석해 고로 축조에 사용될 내화벽돌에 친필로 '꿈이 현실이 돼 세계에서 제일가는 공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고 썼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