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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경험' 이식하는 롯데백화점, '에루샤 백화점' 늘리기 성공할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2-15 15: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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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신세계의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석 달 사이에 롯데백화점에 영입된 신세계 출신 임원만 4명이다.

경쟁기업 출신을 임원에 앉힌 데는 신세계에는 있지만 롯데백화점에는 없는 무엇인가를 채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 무엇은 바로 럭셔리한 이미지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경험' 이식하는 롯데백화점, '에루샤 백화점' 늘리기 성공할까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

명품에 일가견이 있는 신세계 출신 인물들을 통해 ‘롯데백화점=대중적’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고급 백화점으로 거듭나려한다는 것이다.

15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가 추진하는 롯데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을 뒷받침하는데 신세계 출신 인재가 중용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에서 일했던 조형주 상무보를 럭셔리부문장으로 영입했다.

조 상무보는 신세계그룹에서 일할 때만 해도 직급이 부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롯데백화점으로 이직하면서 직급이 임원으로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이 신세계 출신 인재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대표를 롯데백화점 수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1월에는 신세계 경기점장 출신의 이승희 상무와 신세계 디자인담당 임원을 지낸 안성호 상무보를 영입했다.

롯데백화점이 신세계 출신 인재 영입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고급화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적임자가 신세계 출신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세계는 ‘백화점의 고급화’ 노하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백화점이다.

백화점업계의 고급화를 보여주는 지표는 따로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 글로벌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명품 3대장, 에루샤’ 브랜드를 한 점포에 동시 유치했느냐를 놓고 고급화를 판가름한다.

지난해 연매출 1조 원 이상을 달성한 국내 백화점 11곳 가운데 '에루샤'를 보유한 점포가 7곳이라는 것은 그만큼 3대 명품 브랜드 동시 유치 효과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신세계는 고급화에 가장 앞서 있다.

신세계가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보유한 점포는 강남점과 부산점, 대구점, 본점 등 모두 4곳이다. 전국에 백화점 12곳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화점 3곳당 1곳이 '에루샤'를 보유한 점포라는 것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에서 각각 1곳에 '에루샤'를 유치한 것과 대비된다. 사실상 신세계의 명품 유치 경쟁력이 다른 백화점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롯데백화점이 조 상무보를 비롯해 신세계 출신 임원들을 계속 영입하는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를 통해 고급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조 상무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오랜 기간 해외 바이어로 일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인 아르마니 바이어로 경력 대부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마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시작점과 같은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92년 아르마니와 계약을 맺고 관련 상품을 독점 수입해 판매했다.

조 상무보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상징과도 같은 아르마니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만큼 롯데백화점이 그를 영입한 이유가 명품 브랜드 강화에 있을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은 실제로 조 상무보에게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와 럭셔리 상품군 강화 역할을 맡겼다.

조 상무보에 앞서 롯데백화점으로 이직한 이승희 상무와 안성호 상무보 역시 각각 서울 강남점 재단장과 점포 디자인 담당 역할을 맡아 롯데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신세계 출신 임원들이 대거 포진한 만큼 앞으로 신세계의 ‘명품 DNA’가 본격적으로 롯데백화점에 이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은 유독 3대 명품 브랜드 유치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서울 잠실점을 제외하면 '에루샤'를 동시에 유치한 점포는 단 한 곳도 없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백화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다른 백화점들은 모두 서울 본점에 '에루샤'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롯데백화점 홀로 본점에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지 못한 점도 롯데백화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롯데백화점이 3대 명품 브랜드 동시 유치에 성과를 보려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인정받느냐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백화점업계는 바라본다.

명품 브랜드들은 보통 각 국가에 내는 매장의 수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에만 전략적으로 입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각 지역에서 가장 매출이 높거나 가장 고급스러운 백화점을 한 곳만 꼽아 입점하는 것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는 데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 지역에 한정해 보면 샤넬은 애초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입점해 있었지만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개장하자 롯데백화점에서 매장을 빼 현대백화점으로 이동했다. 이후 대구신세계가 오픈한 뒤에는 또 다시 매장을 신세계로 옮겼다.

이를 감안할 때 롯데백화점이 3대 명품 브랜드를 한 데 모으려면 철저한 '지역 1번점' 전략으로 성과를 낸 신세계와 직접 부딪히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신세계 본점과, 롯데백화점 부산점은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대구신세계와 경쟁 관계지만 매출뿐 아니라 백화점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 모두 신세계에 뒤진다.

신세계에서 고급화 전략을 몸에 익힌 임원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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