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증권업계와 태양광업계 말을 종합하면 향후 폴리실리콘 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과거 최저점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2월 둘째 주 킬로그램(kg)당 32.7달러로 조사됐다. 애초 올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 부족 탓에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말 36달러까지 오른 뒤 올해 1월 20달러 후반까지 내렸다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가장 낮았던 2020년 6월 6.2달러는 물론 20달러 선도 깨지지 않았다.
최근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인 퉁웨이(Tongwei)가 10만 톤 규모, 다초(Daqo)가 3만 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증설을 마쳤다. 하지만 중국의 석탄 사용제한 정책 등으로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해 증설에 비해 실제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태양광 설치량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폴리실리콘의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 전망치는 기존 206GW(기가와트)에서 최대 252GW로 늘어났다.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170GW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폴리실리콘 증설에도 공급 과잉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킬로그램당 20달러 이상의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폴리실리콘 업황이 양호한 상황에서 이우현 부회장이 폴리실리콘 신규증설에 나서며 지금껏 유지해 온 신중한 투자 기조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OCI는 지난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최대 6만 톤까지 늘리는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생산설비 디보틀넥킹이 마무리되면 OCI의 연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현재 3만 톤에서 3만5천 톤으로 증가한다. 디보틀넥킹은 단순 증설 대신에 생산설비 공정개선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물론 OCI는 폴리실리콘 수요처와 협상에서 장기 공급이 확정된다면 증설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다만 이 부회장이 과거 폴리실리콘 '치킨게임' 속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본 뒤 지금까지 폴리실리콘 신규증설에 신중하게 접근했던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증설 검토 발언은 전략변화의 조짐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의 원가 경쟁력을 토대로 적극적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OCI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 원가는 7달러가량으로 폴리실리콘 업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향후 글로벌 공급량이 증가해도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여겨진다.
OCI는 수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를 활용해 말레이시아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어 석탄 가격 상승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우수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공정 효율화를 통해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폴리실리콘 생산이 원활해지더라도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기가 여의치 않은 점도 이 부회장이 신규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공급망 관리법(EU ESG 법안)을 시행하게 된다. 공급망 관리법에 따르면 유럽에 제품 및 부품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실사와 관리감독의 의무를 진다.
중국 업체들은 석탄을 주요 발전원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 문제도 걸려있어 2024년부터는 유럽으로의 폴리실리콘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중국 신장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은 글로벌 생산량의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OCI로서는 말레이시아산 폴리실리콘 수요가 더욱 늘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OCI 관계자는 "추가 신규증설은 아직 검토 단계"라며 "올해 예정된 5천 톤 디보틀넥킹은 상반기 시운전을 거쳐 하반기에 상업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