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CEO 회장. |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연이은 투자 실패와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심각한 슬럼프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소프트뱅크의 과감한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내부 구성원의 불만도 커지며 손 회장의 리더십과 관련한 부정적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각으로 10일 “소프트뱅크의 걱정거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 하락과 ARM 매각 실패,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임 등 악재가 겹쳤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를 바라보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비판적 시선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어진 대형 IT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계기로 점차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손 회장이 2017년에 주도적으로 설립한 기술 투자펀드 ‘비전펀드’가 주로 성장성이 높은 IT기업 및 전자상거래기업에 주로 투자해왔던 만큼 산업 전반의 주가 하락에 받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상장 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쿠팡과 중국 모빌리티업체 디디추싱, 중국 알리바바와 공유사무실업체 위워크 등을 소프트뱅크의 투자 실패에 대표적 사례들로 꼽았다.
더구나 최근 소프트뱅크에서 미국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추진하던 반도체 설계기업 ARM 매각이 각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되면서 자금 확보도 다급해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손 회장이 2017년에 1천억 달러(약 120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규모의 기술 투자펀드를 설립할 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손 회장을 혁신가로 평가하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비전펀드에서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이 시장 경쟁 심화와 정부 규제 등 영향으로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에 큰 성과를 내지 못 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손 회장의 리더십 평가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회계연도 3분기(2021년 4분기) 소프트뱅크의 순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97% 줄었고 회계연도 2분기에는 35억 달러에 이르는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월 말에 손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던 마르셀로 클로어 소프트뱅크 COO가 보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사임하기로 하면서 소프트뱅크 경영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클로어 COO는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설립한 2017년에 합류해 우버와 위워크 등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실행하는 핵심 역할을 맡아 왔다.
그는 손 회장이 수 년 동안 보수로 20억 달러(약 2조4천억 원)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계약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갈라서게 됐다.
클로어 COO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사를 떠나는 것”이라며 “당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잘 대우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손 회장의 리더십을 직접 겨냥한 글을 남긴 것이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이끌던 핵심 경영진이 떠난 상황에서 ARM 매각 철회에 따른 나스닥 상장 추진과 투자한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 실적 개선 등을 큰 과제로 안게 됐다.
그러나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기술주 상승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 손 회장이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손 회장은 최근 투자자설명회를 통해 “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점점 거세질 것”이라며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