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안전 관련 기술 투자를 늘리며 품질경영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판매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1일 카앤드드라이버(CAR AND DRIVER)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안전 관련 지출을 기존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요구한 수준의 2배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2020년 11월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세타2 엔진 문제와 관련해 동의명령을 내렸는데 이 명령 가운데 안전테스트 등을 위해 2500만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기존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요구한 수준의 2배인 최소 5천만 달러를 투자해 새로 안전테스트 및 조사연구소(STIL)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새 안전테스트 및 조사연구소는 미국 미시간에 있는 기존 기술 센터 옆에 설립되며 현대 아메리카 기술센터(HATCI)의 한 부분으로 편입된다.
현대차그룹이 안전 관련 기술투자를 늘린 배경에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경영을 혼자 책임진 이후 지속해서 강조해 온 ‘품질경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사에서 “고객 행복의 첫 걸음은 완벽한 품질을 통해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투자를 확대해 설립하는 안전테스트 및 조사연구소는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법인에서는 한국 본사에서 수행한 안전 연구를 공유 받고 있는데 이번 연구소가 설립되면 북미에서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더욱 꼼꼼히 살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 회장이 강조한 고객 중심의 품질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전용플랫폼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는 만큼 품질 강화에 더욱 힘을 주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기아 EV6도 곧 미국에서 출시된다.
현대차그룹의 전용플랫폼 전기차가 올해 미국시장 안착을 시도하는 만큼 안전을 중심으로 한 품질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기차시대에 걸맞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품질 경영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 미국 시장에서 펼치는 ‘제값 받기’전략에도 보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값 받기는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인 2019년부터 시작한 판매전략으로 미국에서 재고 주기를 줄이고 현지 딜러에게 지급하던 판매 인센티브를 낮추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인센티브는 현지 딜러들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차값을 낮추는 데 활용된다. 안전한 자동차 등 품질과 관련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는다면 딜러들에게 주던 인센티브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판매확장을 위한 공격적 ‘밀어내기’ 전략을 펴면서 딜러들에게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객 존중의 첫걸음은 최상의 품질이라고 생각한다”며 “품질에 있어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디테일한 품질관리 및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