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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적폐청산' 문재인 '분노' 대충돌, 대선판에 미칠 영향은

김서아 기자 seoa@businesspost.co.kr 2022-02-10 16: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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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핵폭탄급 발언이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요구까지 역대 대선판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발언이 정부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 '적폐청산'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667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문재인</a> '분노' 대충돌, 대선판에 미칠 영향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문 대통령은 적폐수사 관련 발언에 '격노'하며 윤 후보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를 향해 이번 정부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일할 때는 있는 적폐를 못 본 척 했냐고 되물었다.

이어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강경한 비판 메시지를 낸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그동안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언행을 삼가라'고 당부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를 두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어진 이명박 정부에서 수사를 받다 세상을 떠난 기억이 있어 문 대통령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외신 서면 인터뷰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금 선거 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윤 후보는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며 그 정신을 새기겠다고 말한 뒤에 적폐수사를 언급했다. 이 점이 문 대통령을 더욱 자극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강정 해군기지가 위치한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며 목이 메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강정 해군기지는 노 전 대통령이 일부 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여 성사된 건설사업이다.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순수한 열정으로 원칙있는 국정운영을 했다고 평가하며 국익만 바라보고 결단을 내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적폐 청산을 언급하자 여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실에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많은 대선 과정을 지켜봤지만 후보가 정치보복을 사실상 공언하는 것은 본 일이 없다"며 "보복이 아니라 통합의 길로 가시길 참으로, 진심으로 권유드린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소통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이재명 플러스'에 올린 글을 통해 "어디 감히 문재인정부 적폐란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더구나 문재인정부가 과거 정부 적폐청산과 국정농단 심판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겼고 검찰총장까지 고속 승진을 시켜준 사람이 바로 윤석열 후보다"며 "만일 문재인정부에 적폐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 책임 상당 부분은 윤석열 후보에게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강정마을에서 흘린 윤 후보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임이 확인됐다며 "정치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나는데 일조했던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인태 전 사무총장도 1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옛날에 '전두환이 정치는 잘 했다' 소리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실언이라고 본다"며 "선거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리를 했다"고 평가했다.

유 전 총장 역시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 후보가 이번 정부가 검찰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번 사태로 친문반명(친 문재인이재명)의 결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던 이들이 '문재인 지키기'를 위해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윤 후보 발언의 의도가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을 더욱 결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정권교체의 적자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야당의 대선 후보의 현 정부를 향한 '정치보복' 선언으로도 볼 수 있어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선거 전략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위험하다"며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하며 윤 후보 감싸기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정한 수사를 해 왔던 윤 후보가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 뿐이며 청와대의 선거개입이라고 반격했다.

이 대표는 "원칙론에 대해서 급발진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개입에 해당한다"며 "중국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야당에게만 극대노하는 선택적 분노는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윤 후보가 평소 소신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과 원칙 그리고 시스템에 따른 엄정한 수사원칙을 강조했을 뿐이다"며 "민주당이 윤 후보 발언의 취지를 곡해해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들더니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세한다"고 지적했다.

사안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윤 후보도 해명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우리 문재인 대통령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했다"며 "문 대통령과 나는 똑같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 없다는 걸 확실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떠한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단 말을 지난 여름부터 드려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후보는 중앙일보가 9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검찰수사는 사법부의 견제, 통제를 받으며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며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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