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57일'. 현대자동차가 2009년 11월27일 일본 승용차 시장 철수를 결정하고 2022년 2월8일 재진출을 공식화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현대차가 일본 진출 재도전에 나서며 과거 실패를 딛고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현대차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대차가 일본 시장 재진출을 위해 전기차와 온라인, 차량공유를 새 카드로 준비했다.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입체적 방안을 마련한 데서 지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일본 시장 재진출 준비를 철저히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수입차 무덤'으로 불릴 만큼 자국 브랜드 자동차의 구매 비율이 높아 현대차로서는 애초 진출하기 쉽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반면 일본은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2021년 기준 일본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에게 일본은 미국과 유럽 등 경쟁이 치열한 주요 자동차 시장에 비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한 셈이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2009년 11월 상용차만 남겨 두고 승용차 판매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외면 받은 이유로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 관한 분석이 미흡했던 점이 꼽힌다. 현대차는 2009년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에서 승용차 76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일본은 도로 사정상 경차 시장이 발달해 있고 유통시장 구조가 폐쇄적이다. 일본 소비자는 외제차에 관심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올해 현대차가 일본 재진출을 위해 준비한 것은 전기차, 온라인, 차량공유다. 2001년 진출 당시 현지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이 미흡했다는 점을 고려한 방안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소를 들고 진출하기로 했다. 두 모델 모두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데 최근 일본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 등과 맞물려 수요가 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 전기차 판매량은 2만3283대 수준으로 같은 기간 한국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시장 자체가 작다.
하지만 올해 일본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80만 엔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현대차의 일본 진출에 긍정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전기차시장은 세계적으로 태동단계에 있어 각국 정부의 보조금이 전기차 판매량을 좌우한다.
이에 더해 현대차는 온라인으로만 자동차를 판매하기로 하며 폐쇄적 유통시장을 뚫는 대신 우회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첫 진출 당시에도 현대차는 자체 유통망을 갖기엔 부담스럽고 기존 딜러를 활용하자니 일본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시달렸던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판매 방식을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탐색부터 결제,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 판매로 운영하기로 했다.
고객 체험형 매장도 운영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지역에 '현대고객경험센터'를 구축해 오프라인 브랜드 체험 및 구매 지원, 정비, 교육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해 차량공유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본 소비자는 현지 차량공유 서비스인 애니카를 통해 넥소, 아이오닉5를 타볼 수 있다.
애니카는 도쿄 14곳과 요코하마 1곳에 공유 차량을 배치했다. 판매 개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애니카를 통해 체험한 뒤 자동차 구매로 연계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1년 진출 당시보다 공격적이지 않지만 일본 현지 상황에 맞게 치밀하게 진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여겨진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도 8일 일본미디어를 대상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향한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장 사장은 "일본 시장은 배워 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로 (승용차 시장 철수 이후) 12년 동안 현대차는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계속해 왔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