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고부가 반도체기판 사업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다.
그동안 LG이노텍 매출구조에서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 사업에 치우진 부분을 완화하고 성장하는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 올라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고부가 반도체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8천억 원~1조 원 규모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FC-BGA는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고사양 기판이다.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를 향한 수요가 늘면서 고사양 기판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FC-BGA 시장은 2020년 57억 달러였는데 앞으로 2025년까지 연평균 11%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C-BGA 시장의 성장성이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라 정 사장은 지난해 11월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관련조직을 신설하고 사업확장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기존 반도체 기판사업에서 생산성 극대화와 단계적 확장투자로 매출과 수익성을 크게 키운 이광태 상무로 하여금 FC-BGA 사업을 맡도록 했다. 또한 기존 관련 태스크포스인 FC-BGA팀을 FC-BGA담당으로 격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LG이노텍은 최근에는 기판소재사업부 품질부문과 제품개발, 생산기술, 생산관리, 상품기획 등 다방면으로 경력사원을 공개 채용했다.
정 사장이 이처럼 FC-BGA 시장진출에 속도를 내는 데는 투자체력을 충분히 확보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은 2021년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7582억 원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2953억 원에서 6454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정 사장은 늘어난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고부가 반도체 기판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균형잡힌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매출에서 광학솔루션 부문이 73%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증권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해 광학솔루션 부문에서 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기판소재 부문에서는 23% 영업이익률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LG이노텍의 기판사업이 그동안 모바일 반도체용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징(FC-CSP) 중심으로 운영되면서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나타낸 점에 비춰볼 때 고부가 제품인 FC-BGA 사업을 본격화되면 더욱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실행력을 보이는 한 해를 만들어가자는 뜻을 내보이며 신사업 투자 확대 의지를 보였다.
정 사장은 "우리가 기대하는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강한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실행 잘하는 문화를 기본 문화로 정착시키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조직문화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사업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 투자규모나 공식적 로드맵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후 발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