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 여의도에서 더현대서울에 맞불을 놓을 기세다.
더현대서울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의 인수후보로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부상하고 있다.
8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IFC서울을 소유한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IFC서울 매각을 위해 진행한 1차 입찰에 신세계프라퍼티가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1차 입찰에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들어간 것이 맞다”며 “2차 입찰과 본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14일경 2차 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IFC서울은 오피스타워 3개 동과 콘래드호텔, 복합쇼핑몰 IFC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애초 AIG글로벌부동산이 서울시와 함께 개발해 IFC서울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6년에 브룩필드자산운용이 2조5천억 원가량에 이를 사들였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 주도로 구성되는 컨소시엄에 주요 출자자 형태로 자금을 대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자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에서 신세계프라퍼티가 IFC서울 인수전에 의지를 보인 것을 놓고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로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주요 자회사로 스타필드하남, 스타필드청라, 스타필드고양 등을 두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움직인다는 것은 결국 스타필드사업을 서울 여의도에서 벌이기 위한 사전작업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IFC서울은 여의도 최초의 복합쇼핑몰인 IFC몰을 품고 있다. IFC몰은 총 지하 3개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영업면적 3만9420㎡로 규모도 상당하다.
신세계프라퍼티의 IFC서울 인수전 참여는 결국 IFC몰의 운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여지가 많다.
신세계그룹이 더현대서울의 성공을 보고 여의도 상권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더현대서울은 현대백화점이 2021년 1월 말에 개장한 백화점이다. 미래형 백화점을 콘셉트로 내세워 매장 면적보다 고객들의 즐길 거리를 채우는 데 중점을 뒀다.
더현대서울은 오픈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 6천억 원을 넘겨 국내 백화점 매출 순위 20위권 안에 안착하며 성공한 백화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현대서울과 불과 200m 거리에 위치한 IFC몰은 더현대서울의 개장 효과 덕분에 방문객 수와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IFC서울 인수에 성공한다면 신세계프라퍼티가 쌓아온 스타필드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IFC몰의 성과를 극대화해 IFC서울의 가치를 높이는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물론 IFC서울의 매각 가격은 변수다.
IFC서울은 애초 3조 원대 중후반에서 매각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여러 부동산업체가 입찰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격이 4조 원대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수 조원을 지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수 경쟁이 과열될 경우 신세계프라퍼티의 고민이 깊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과거에도 현대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인수를 두고 경쟁을 한 바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16년 진행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권 인수전을 놓고 현대백화점, 애경그룹과 맞붙었다.
현대백화점은 코엑스몰을 사들이면 백화점인 무역센터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계열사 한무쇼핑을 통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코엑스몰을 운영한 경험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신세계프라퍼티가 코엑스몰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신세계그룹의 인수합병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2021년 초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W컨셉과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였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잔여 지분까지 인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