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KDB생명 매각도 무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KDB생명 인수자인 JC파트너스는 아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받지 못하고 있고 산업은행이 적절한 매수자인지 검증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인수자인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해 필요한 추가 자료를 아직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하지 않으면서 KDB생명 매각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 KDB생명 매각, 금융위원회 허가 받을 수 있을까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주주의 출자능력, 재무건전성, 신인도 등을 심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한 뒤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에서 심사안을 최종적으로 처리한다.
당초에는 JC파트너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2021년 8~9월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요구한 보완 자료를 JC파트너스가 제출하지 못하면서 금융위의 최종 승인은 빨라도 올해 3월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일반적으로 모든 자료를 제출한 뒤 6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일각에서는 JC파트너스가 금융위의 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약 2천억 원에 산 뒤 3500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JC파트너스의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JC파트너스는 MG손해보험의 대주주이기도 한데 MG손해보험의 경영부실로 JC파트너스의 출자능력은 금융위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
JC파트너스는 MG손해보험의 지급여력(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 1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된 기한을 세 차례나 미뤘고 아직도 1200억 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한다.
MG손해보험은 RBC(지급여력)비율이 100% 안팎으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에 못 미치고 있다. MG손해보험은 2021년 5월 금감원의 자본적격성 분야 심사에서 1~5등급 가운데 4등급(취약)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KDB생명 매도측인 칸서스자산운용이 법원에 KDB생명의 주식 매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는 KDB생명 매각기한을 2021년 1월31일까지로 연장했는데 이를 칸서스자산운용과 합의 없이 진행했다는 것이다.
칸서스자산운용은 KDB생명 지분의 26.9%를 보유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의 지분 2.5%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KDB생명의 ‘헐값매각’ 논란까지 다시 번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매각하기 전에 글로벌 보험 가치평가사인 밀리만에 기업평가를 의뢰했고 2020년 6월 밀리만으로부터 KDB생명 지분 100%의 가치가 1635억9천만 원이라는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KDB생명의 매각 가격 2천억 원이 헐값이 아니라는 논거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밀리만이 2019년 11월 제출한 보고서에는 KDB생명의 기업가치를 9530억 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최근 알려지면서 7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대폭 낮춘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21년 1월 온라인간담회에서 “밀리만에 의하면 2020년 KDB생명의 가치는 1730억에서 3천억 원 수준이라고 추정된다”며 “매각가 2천억 원은 시장가격으로 적정하고 헐값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KDB생명 매각에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동걸식 구조조정을 향한 비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에 KDB생명 매각이 무산된다면 4번째 실패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1조1500억 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할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출자해 사모투자펀드(PEF)를 설립한 뒤 4800억 원을 투입했다.
2010년 유상증자로 3700억 원이 추가 투입됐고 2018년에도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재차 실시됐다.
▲ KDB생명 본사.
KDB생명을 2천억 원에 매각 완료하더라도 8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는 것인데 매각이 실패한다면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KDB생명은 현재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모두 악화돼 있어 대주주의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KDB생명의 보험료 수익은 2017년 3조1429억 원에서 2020년 2조5883억 원까지 떨어졌고 2021년 3분기까지 1조7897억 원에 그쳤다.
지급여력비율은 2019년 말 215.12%에서 2021년 3분기 188.76%까지 떨어졌으며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가 많아 추가 하락도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걸 회장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아시아나항공, 쌍용자동차 매각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2017년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한 뒤 금호타이어, 동부제철, HMM 등을 구조조정했고 금호타이어와 동부제철, 한진중공업(현재 HJ중공업), STX조선해양(현재 케이조선) 매각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장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국내 산업재편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들으며 2021년 연임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 1등 기업에 2등 기업을 몰아주는 전략을 썼고 이는 독과점을 우려하는 유럽의 허가를 받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합병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의 허가를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다.
최근 에디슨모터스와 인수합병(M&A) 본계약을 체결한 쌍용자동차도 여전히 매각 과정에 불안요소가 남아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올해 3월11일까지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쌍용차 회생계획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만족할 만한 자금조달 방안,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산업은행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7일 한 매체에 기고문을 통해 “40~50년 동안 같은 일을 해온 만큼 전문성을 확보할 만한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산업은행이 매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데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인수 대상 기업 관점에서는 은행원들이 ‘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자구안으로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