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 리모델링 주택사업조합은 최근 1월 말 임원회의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사업은 수직증축을 통해 지하 1층~지상 15층, 1753세대를 지하 3층~지상 18층짜리 1988세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기대됐는데 막상 지난 17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을 이뤄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에 조합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뽑는 방식으로 1월 말 시공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바라본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수직증축으로 진행될 이번 사업을 컨소시엄으로 진행해 기술력 입증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함께 사용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도시정비사업장을 발굴하겠다”며 “컨소시엄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해소하며 대치2단지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수직증축은 층수를 올려 증축하는 방식으로 세대수가 늘어나 사업성은 좋지만 '2차 안정성 검토' 등 기술적 검증이 필요해 사업추진이 까다롭다. 반면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만 통과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평증축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는데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직접 방법을 찾아보는 등 수직증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조합은 2021년 12월 2차 안정성 검토를 위한 ‘소구경말뚝 선재하 보강공법’ 실증실험을 서울대학교, 한국콘크리트학회, 시엘에스이엔지(구조설계)와 개최하기도 했다.
이 실험 결과를 관계기관에 제출해 수직증축의 관문을 넘고자 했다.
전학수 조합장은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이 실험은 여러 시공사에게 구조적 안정성을 증명한 실험이다”며 “전국의 리모델링 조합과 추진위원회에 수직증축은 불가능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영준 사장과 김창학 사장이 이번 대치2단지 수주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더 크게 열릴 수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수직증축을 도입할 때 관련 제도를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수직증축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어 조만간 수직증축 리모델링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에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정식부서로 격상시키며 리모델링 수주 준비를 위한 전열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두 회사는 2021년에 도시정비 신규수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는데 윤 사장과 김 사장은 올해 이 기세를 이어가려 한다.
2021년 도시정비 신규수주를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5조5499억 원(리모델링 1조9258억 원)으로 3년 연속 1위에 올랐고 현대엔지니어링은 2조138억 원(리모델링 6047억 원)으로 2020년 최고기록(1조4500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 서울 용산구 이촌 강촌아파트, 이촌 코오롱 등 리모델링 조합이 한국신용평가 회사채 기준 AA- 등급 이상의 건설사들에게 입찰 자격을 주고 있다.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AA+), 현대건설(AA-), 현대엔지니어링(AA-), DL이앤씨(AA-)뿐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외에서 협력을 통해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3월 대전시 서구 도마변동1구역 주택재개발(공사비 1906억 원)을 현대건설이 주관사로 함께 수주한데 이어 10월에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2구역 주택재개발(공사비 2219억 원)을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공동수주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액화천연가스 수입터미널이 될 쿠웨이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터미널(현대건설 1조8천억 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 7천억 원)을 올해 3월 준공한다.
또한 지난해 11월30일 2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계약을 함께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지분 55%를, 현대건설은 지분 45%를 쥐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