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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위기 한복판에 선 롯데, 신동빈 과감한 '슛 시도' 독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1-18 15: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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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위기 한복판에 선 롯데,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과감한 '슛 시도' 독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7월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한 모습. <롯데그룹>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든지 해보는 것’이 위기 극복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최근 인수합병 전략을 다시 꺼내드는 것은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온 행보로 여겨지는데 롯데그룹에 과감히 '슛'을 시도하는 도전적 DNA를 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편의점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이런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021년 12월 초 미니스톱 인수전이 시작됐을 때만 하더라도 롯데그룹 측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인수전에 뛰기 위한 선수를 모집하는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미니스톱 인수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인수전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마트24가 유력 인수로 꼽혔지만 롯데그룹 측이 공격적으로 베팅하면서 롯데지주가 사실상 미니스톱을 안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이 빅딜에 나선 것은 넉 달 만이다.

롯데쇼핑은 2021년 9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한샘 경영권을 인수했다. 롯데쇼핑이 출자하는 금액은 모두 2995억 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인수합병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그룹이 최근 들어 경영행보를 재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2021년 초 매물로 나온 이커머스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보여준 모습 탓에 변화에 너무 신중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에 적극적이었다. 예비입찰에 들어갔을 정도다.

당시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비즈니스 유닛)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도 2021년 3월2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지니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았으며 구체적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본입찰에서는 발을 뺐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한 가격이 4~5조 원대 안팎으로 거론됐으나 신 회장은 상한선으로 3조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단위 인수합병에 섣불리 나섰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 움직임으로도 읽혔지만 경쟁기업인 신세계의 움직임과 비교해볼 때 롯데그룹이 몸을 사렸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런 흐름들을 놓고 볼 때 신 회장이 한샘에 이어 미니스톱 인수에까지 나선 모습은 과거 롯데그룹의 상징과도 다름없었던 ‘인수합병 DNA’를 재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신 회장의 등장 이후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단어가 ‘인수합병’이었을 정도로 롯데그룹은 변화를 마다하지 않았다.

2004년 이후 10년여 동안 롯데그룹이 인수합병한 매물만 35곳가량이다. 2015년 10월 삼성그룹과 빅딜을 통해 2조8천억 원에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를 모두 인수한 것은 신 회장의 공격적 인수합병 DNA를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이런 모습들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드보복, 불매운동, 코로나19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수년 동안 롯데그룹의 인수합병 시계는 멈췄다.

신 회장이 다시 인수합병이라는 전략을 꺼내드는 것은 더 지체하다가는 재계서열 5위라는 상징적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했던 흔적이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두 차례씩 열리는 롯데 사장단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변화와 도전을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 회장이 “혁신을 위한 시도는 미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과거의 성공 방식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며 “하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고 했던 만큼 앞으로 롯데그룹에 과거의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인수합병 DNA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신 회장이 추진하는 변화는 인적쇄신과도 궤를 같이 한다.

신 회장은 2021년 11월 말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대표에 외부 출신 인사인 김상현 DFI리테일그룹 대표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앉혔다. 롯데쇼핑의 핵심인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라이벌 신세계백화점 출신인 정준호 대표를 선임했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표나 보직에 외부 출신 인재를 대거 수혈함으로써 과거 순혈주의를 단절하겠다는 의지도 명확하게 드러냈다.

신 회장은 앞으로 이런 의지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20일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VCM을 연다. 과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었던 장소를 롯데인재개발원으로 옮긴 것은 그만큼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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