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기기업체 래피젠이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상대로 수백억 원 규모 손해배상소송을 낸 배경이 확인됐다.

11일 래피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실용신안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등록번호 2004894180000)’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술은 체외진단키트에서 검체 희석액튜브를 거치할 수 있는 검체필터용 케이스에 관한 것이다. 

래피젠에 따르면 기존 체외진단키트에는 검체필터 이외에 다른 체외진단기구를 거치할 수 있는 구조가 없어 체외진단을 실시하는 동안 희석액튜브를 세워둘 장치가 따로 필요했다. 

래피젠은 검체필터용 케이스 상부에 검체 희석액튜브를 거치할 수 있는 홈을 따로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검체필터를 수용하는 케이스 아래쪽과 부딪치지 않도록 엇갈리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래피젠 관계자는 “이전에는 현장에서 종이로 희석액튜브 거치대를 조립해 사용하도록 따로 제공했는데 이렇게 하면 제품 부피가 커지고 거치가 불안정할뿐더러 진단검사를 하는 사람에게 별도 교육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아프리카처럼 의료환경이 열악해 진단키트 구성품의 신중한 보관이 중요한 지역에서 특히 유용한 기술이다”고 말했다.

래피젠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신속 항원진단키트 등 에스디바이오센서 진단키트 제품들에 이 기술이 활용됐다고 본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사 바이오노트도 마찬가지다. 바이오노트는 동물용 진단키트 등을 만든다.

래피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갈등은 2020년부터 표면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래피젠은 2020년 11월 에스디바이오센서 및 바이오노트에 경고장을 보냈고 지난해 8월에는 두 회사를 상대로 실용신안권침해금지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올해 1월4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래피젠 측은 가처분 신청 기각이 실용신안권 침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바이오노트는 이미 제품 구성을 변경했고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세계보건기구에 변경 승인을 신청해 실용신안권 침해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처분 소송에 따른 비용도 래피젠이 아닌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래피젠은 가처분 신청 기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고했다. 또 에스디바이오센서와 바이오노트를 상대로 지난해 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규모는 702억 원에 이른다. 

래피젠 관계자는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세계보건기구의 변경 승인을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용신안 침해를 중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실용신안 침해에 따른) 손해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래피젠 측은 손해배상 청구금액 702억 원이 최소한으로 산정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실용신안 침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향후 소송이 진행되면 청구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0년 매출 1조6861억 원, 영업이익 738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매출 규모가 2조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소송에 관해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