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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CATL 쩡위췬 (1) 승부사, 배터리제국 세우다

노녕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 2022-01-11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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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CATL 쩡위췬
[1] 승부사, 배터리제국 세우다
[2] 첫 창업 이후 귀향하다
[3] 고향 닝더를 배터리 도시로
[4] 비야디 왕촨푸와 맞대결

쩡위췬은 푸젠성 닝더에서 태어났다. 그는 2011년 설립한 회사이름에 고향이름을 붙였다. 쩡위췬은 고향을 향한 애정을 담은 회사로 2021년 5월 포브스가 선정한 홍콩 최고 부호로 올랐다.

이 회사가 바로 CATL, 중국 이름은 닝더스다이(宁德时代)이다. 한글로 풀어내면 ‘닝더의 시대’라는 의미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CATL 쩡위췬 (1) 승부사, 배터리제국 세우다
▲ 쩡위췬 CATL 회장.

쩡위췬은 CATL 지분 24.5%를 지니고 있으며 지분가치는 46조 원에 이른다.

CATL의 2021년 3분기 기준 중국 배터리시장 점유율은 47.15%, 세계시장 점유율은 30.3%로 모두 1위에 올라있다.

CATL은 2018년 중국판 나스닥인 촹예반 지수에 상장했다.

2022년 1월7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230조8천억 원으로 불과 3년 만에 15배 불어났다.

우리나라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467조 원으로 유일하게 CATL보다 높다.

CATL과 동종업계로는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총 60조~70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수준이다.

◆ 승부사 쩡위췬

쩡위췬이 홍콩 최고 부호로 선정된 날 중국 언론사들은 앞다퉈 그를 다음과 같이 칭했다. ‘승부사’ 쩡위췬.

쩡위췬의 승부사 정신은 나아갈 방향을 정해 놓았고 단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해낸다는 강인함과 신념, 고민을 뜻한다.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 설립자 왕싱(王兴)이 전달한 이야기는 쩡위췬이 승부사로 널리 불리게 된 계기가 됐다.

왕싱의 지인 가운데 운이 따라줘 CATL 초창기에 투자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쩡위췬의 사무실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벽에 걸려 있는 ‘승부사 기질만이 사람을 강하게 한다(赌性更坚强)’라는 서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지인이 “왜 ‘노력만이 살 길(爱拼才会赢)’이라고 걸어 놓지 않았냐”고 묻자 쩡위췬은 “노력은 체력이면 충분하지만 승부는 머리로 하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이야기가 유명해지자 쩡위췬 사무실 벽에는 ‘赌性更坚强’이 아닌 ‘赌性坚强’ 네글자만 걸려 있다는 증거 사진이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 단어의 정확한 유래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쩡위췬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단어 본래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승부사 기질을 더 강하게 키운다'라는 뜻이다. 

쩡위췬이 창업 전 다니던 회사 사장은 마작놀이를 좋아해 지인으로부터 ‘赌性坚强’이라는 서화를 선물받았다. 쩡위췬이 서화를 탐내자 사장님은 단칼에 거절했으나 다른 ‘赌性坚强’ 서화를 마련해 쩡위췬에게 선물했다는 풍문도 있다.

쩡위췬의 승부사 기질은 삶의 곳곳에서 엿 볼 수 있다. 그의 그러한 성격이 지금의 쩡위췬을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똑똑한 소년

푸젠성 닝더시 남쪽 20킬로미터 부근에 해발 1048미터 높이의 산이 있다. 산세가 날렵해 봉황산으로 불린다.

산 바로 앞에는 크지 않지만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 있다. 이 곳에는 성이 ‘쩡(曾)’인 마을사람이 비교적 많았는데 쩡위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쩡위췬은 1968년 보통의 농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많은 형제들을 둬 풍요롭지만은 않은 가정이었다.

쩡위췬이 아직 소년이던 시절 한번은 아버지가 밭으로 데려가 농사 일을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쩡위췬이 두 손 가득 생긴 물집을 보며 일을 멈추자 아버지는 공부와 농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쩡위췬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부를 선택했다. 집안의 가난과 농사일의 어려움을 보고 자란 쩡위췬은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쩡위췬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친척은 “어릴 때부터 머리도 좋았고 열심히 했다”며 “중학교 성적에서 상위 5위를 놓친적이 없다”고 말했다.

똑똑한 노력형 천재 쩡위췬은 우수한 입학시험 성적으로 푸젠성 첫 중점 고등학교 가운데 한 곳인 닝더제일중학교(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나중에 CATL 부이사장을 맡게 되는 황스린(黄世霖)이 바로 닝더제일중학교에서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같은 반 동창생이다.

중국에서는 누구나 만6세가 됐을 때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근처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 신청서를 내기만 하면 시험이나 추가 비용 없이 입학할 수 있다.

중학교 역시 입학 신청서만 있으면 되지만 일부 사립학교나 공립 중점학교는 따로 입학 시험을 치뤄야 한다. 

고등학교는 또 다르다. 모든 중학교 졸업생들은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성적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게 된다. 중국에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이름에 모두 중학(中學)이 붙여있다.

쩡위췬은 만17세에 상하이교통대학에 입학했다. 그 시절 우리나라가 그러했듯 시골에서 태어나 대도시 대학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개천에서 용난 편에 속했다. 

쩡위췬은 상하이교통대학에서 선박공정을 전공했다. 1989년에 졸업한 뒤 곧바로 고향 푸젠성에 위치한 국유기업으로 직장을 배정 받았다.

중국은 1951년부터 거의 1990년대까지 약 50년 동안 졸업배당제도를 시행했다. 

대학 졸업생이라면 무조건 정부 분배에 따라 각 기업으로 배치되는 제도다. 대학만 들어가면 ‘철밥통’을 안게 되는 이 제도로 당시 중국의 대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쩡위췬도 국가의 명령대로 한 국유기업에서 일하게 됐으나 3개월도 채 안돼 그만뒀다. 타의로 배정받은 직장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곧바로 광둥성 둥관시로 내려가 외국 자본이 세운 신커츠발전소에 취직했다. 여기서 쩡위췬은 인생의 첫 귀인 천탕화(陈棠华)를 만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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