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실적이 감소한 데는 화장품사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화장품사업은 LG생활건강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특히 면세점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채널은 중국 규제 강화로 따이공(보따리상) 영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가 관광객 매출 반등 시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LG생활건강 12월 면세점 매출에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중국 화장품사업 역시 경영환경이 녹록찮은 것은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진행된 중국 소비행사 광군제에서 화장품 매출 약 3700억 원을 달성해 신기록을 세웠다. 다만 주요 화장품기업의 마케팅 경쟁이 심해 많은 이익을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LG생활건강의 중국 영업이익률은 강화된 마케팅 상황을 고려했을 때 10%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과 맞서는 현지 화장품업체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시장은 2015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었으나 2016년부터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025~2030년부터는 현지 브랜드들이 중국 화장품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화장품시장이 곧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중국 화장품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이 2004~2013년 23%, 2013~2021년 10%에서 2022년부터는 한 자릿수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 부회장으로서는 중국 못지않은 새로운 해외시장을 발굴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실제로 그는 북미시장 공략을 새해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걸었다.
차 부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의 북미시장 공략 방침은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2015년부터 자체 허브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를 유통채널 세포라를 거쳐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표적 화장품 브랜드인 '후'를 북미 고객들에게 맞게 개량하기로 했다. 브랜드 콘셉트와 정체성(헤리티지)은 유지하면서 북미 고객들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해 신규 제품군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후의 북미시장 출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수한 해외기업의 역량을 활용하는 일도 본격화한다.
LG생활건강은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보유한 기업 보인카를 2021년 인수했다. 2020년에는 약국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 존슨앤존슨의 구강용품 브랜드 리치의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사업권을 확보했다. 미국 화장품기업 뉴에이본(현재 더에이본컴퍼니)을 2019년 사들이기도 했다.
차 부회장은 “채널면에서는 리치 인수를 통해 확보한 오프라인 판매상과 관계를 확대하는 동시에 알틱폭스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LG생활건강의 북미사업 규모가 아직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차 부회장의 전략이 효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에서 북미 매출 비중은 2021년 상반기 기준 6% 수준에 그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2015년 빌리프를 미국시장에 내놓은 뒤 2019년에는 더에이본컴퍼니를 인수하며 기존 포트폴리오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재편성하고 현지시장에 적합한 한국의 차별적 제품을 선보여왔다"며 "향후 글로벌 최대 뷰티시장인 북미시장 공략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